나의 생각하는 소비생활 : <사고재비>
13. 아로마 릴렉싱 미스트
나는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자본 지가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잠자리에 예민하다. 게다가 자면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도 열심히 하는 타입인데 내가 자세를 바꾸면 민구도 자동으로 움직이다 보니 열 뭉치 두 개가 싱글 침대에서 매일 밤 씨름 잠을 자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뒤척이는 오랜 밤을 보내며 떨어진 삶의 질에 면역을 기르지 못한 채 묘한 나른함을 달고 살던 어느 날, 요가 수련의 마지막 자세인 ‘사바사나’를 하는 동안 선생님이 공중에 뿌려 주신 아로마 스프레이 향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50분간의 움직임 영향이 컸겠지만 8분여간의 이완 자세를 취하는 동안 나른해진 몸과 더불어 공기 중을 돌아다니는 아로마 스프레이 향이 몸을 가볍게 가라앉히는 듯한 느낌에 몸도 마음도 매료된 것이다.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롤온 타입의 아로마 오일은 잘 휴대하고 다녔는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녹색 창에 검색해서 찾아낸, 베개에 칙칙 뿌리고 자는 아로마 릴랙싱 필로우 미스트를 냉큼 구입했다.
내가 좋아하는 라벤더, 티트리 그리고 제라늄 오일이 들어가 있어서 심신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는 이 스프레이를 나는 자기 전 침대 전체에 골고루 세 번 뿌리고 눈을 뜨면 기지개를 켜면서 들고 나와 테이블에 두고 일하는 틈틈이 옷에 뿌리고 있다. 명상을 할 때면 러그 주변을 이 향으로 채우고 시작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어쩌면 종소리만 들어도 반응했던 파블로프의 개처럼 필로우 미스트를 곁에 두고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어쩌면 어릴 적 배가 아플 때 먹으면 신기하게도 아픈 것이 가셨던 별사탕처럼 플라세보 효과는 아닐까 생각하다가 계속해서 납득이 갈만한 이유를 만들어 내려는 나를 보고 흠칫 놀라 그만두었다.
중요한 것은 필로우 미스트를 사용하고 난 뒤부터 예전보단 훨씬 숙면을 하고 평소에도 전체적으로 좀 더 차분해진 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하던 일을 멈추고 필로우 미스트를 옷에 뿌리면 자연스레 눈을 감고 이 향을 탐하기 위해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게 된다. 이 스프레이가 나에게는 하루 중 잠시나마 몸과 마음에 여백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 제 값을 다 하는 고마운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