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테이블

by 버들




나의 생각하는 소비생활 : <사고재비>

14. 테이블







작년 연말의 시간을 펼쳐놓고 보면 길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춥고 색이 까맸던 시간이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작은 평수를 모양 좋게 나눠 문을 단 덕분에 원룸보다도 활용도가 낮은 투룸 집에 사는 연유로 주로 좌식 테이블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런데 마침 잠잠하던 좌골 신경통이 도져서 회복하느라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겨울을 보냈던 것이다. 한동안은 하루 중 긴 시간을 누워서 욱신거리는 골반을 달래며 보냈다. 그러는 동안 이사를 가면 꼭 큰 테이블에 앉아 입식 생활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했고, 이사를 하자마자, 구입한 물품 중 가장 공들여 찾아낸 원목 사각 테이블을 구입했다.

지금은 아담한 거실을 작업실로 쓰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에 이 테이블이 있다.
이 테이블 위에서 나는 매일 밥을 먹고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고 유튜브도 본다. 책도 읽는다.
친구들이 오면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맥주와 와인을 마신다. 보드게임도 한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과 밖에서의 시간의 균형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부턴 밸런스를 맞추는 삶에 초점을 두고 생활하고 있다.
오랜 외출 후 노곤한 상태로 귀가하며 이 테이블에 앉아 오늘 하루를 정리할 생각을 하면 가슴 한편에 노란 에너지가 피어오르는 기분이 든다. 이 다용도 테이블로 인해 집에서의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30대의 한가운데로 가면 갈수록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는 공간과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나는 이 테이블 위에서 가장 나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불편한 압박에서 벗어나 이 공간에서 그저 나로 지내며 하는 모든 행위가 비로소 삶의 진정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돕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집안에 들이거나 내가 지니는 물건과의 인연을 믿는 나로서는 이 테이블 위에서의 생활로 옹골차게 깊어가고 있는 셈이니 내일부턴 테이블과 마주할 때마다 잊지 않고 진심 담아 고마운 마음을 불어넣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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