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손목시계

by 버들



나의 생각하는 소비생활 : <사고재비>

15. 손목시계



손목시계를 좋아한다. 시간을 바로바로 편하게 보는 게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액세서리로서 시계가 주는 특유의 단정하고 반듯한 느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누가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지만 시계가 고장이 나도 예쁘면 그냥 차고 다닌다.

큐빅 장식이 없는 스퀘어 메탈 시계를 찾고 있었다.
여성성을 강조하지도, 그렇다고 남자시계처럼 크고 투박하지 않은 딱 그 중간.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까르띠에의 탱크 솔로였지만 명품에 관심이 없고 그 금액으로 하고 싶은 다른 일이 백가지는 넘기에 쉽게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생각이 날 때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찾던 중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시계를 발견했고 고민할 것 없이 바로 구입했다. 시계는 처음부터 내 손목에 있는 게 당연했다는 듯 매일을 함께 생활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보통 오전 수련 위주로 하는데 그날은 아침 일정이 있어서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저녁 수련을 하러 요가원에 갔다.
코트 주머니 안에 시계를 넣어 공용 옷장에 걸어두고 한 시간 뒤 나와보니 코트 주머니에 있어야 할 손목시계가 사라졌다.
사물함 없이도 누구나 짐을 편하게 두고 다니는 곳이고 온화한 에너지를 안고 있는 요가원이라는 표면적인 분위기에 내가 방심했던 것 같다. 나와 그 한 명으로 인해 따뜻한 에너지가 흐트러질까 바깥으로 알리지 않은 채로 시간은 흘러갔다. 이미 떠난 것이니 미련은 버렸다 생각했는데 허전한 손목을 볼 때마다 아쉬워서 결국 같은 시계를 다시 구입했다.




이 시계는 매일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질리지가 않는 사람과 물건은 대체로 담백하다. 보고 또 봐도 계속 보고 싶은 매력이 있다.

20대의 나는 자극적인 것에 마음을 뺏기는 사람이었다. 나 또한 기억에 남는 첫인상으로 비치길 원했고 그것에 초점에 맞춰 행동하다 보니 길고 오래가는 것을 보는 안목에는 서툴렀다. 담백함의 매력을 모르고 살던 내가 30대가 되고는 많이 달라졌다. 너무 자극적이고 달디 단 것은 잠깐의 즐거움 이상의 건강함을 품고 있지 않다는 걸 여러 번의 경험으로 깨닫고 난 후로 잔잔하게 오래가는 것들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가 담백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니 단정하고 건강한 에너지가 내 주변을 둘러쌌다. 이 소박한 시계가 나의 어떤 옷차림에도 어울리는 것처럼 그 에너지들은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응원해주었다. 그것은 사람이기도 했고 사물이나 자연이기도 했다.

선한 응원이 쌓여감으로 인해 무리하지 않는 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모양을 만들지 않고 그저 나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빛난다는 것을 알았다. 늘 내 왼쪽 손목에 감겨 있는 이 손목시계처럼.





매거진의 이전글14. 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