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의 복숭아

by 버들


아보씨 부모님의 복숭아 과수원에 다녀왔다. 두 분이서 하시는 거라 수확량을 조금씩 줄이고 계시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빨리 마감되었던 주문이 올해는 이틀 만에 마감되었다. 한 번 먹어본 사람은 늘 재주문하는 맛이 달고 향이 진한 시부모님네 복숭아. 정성껏 기르신 달큼한 복숭아 맛과 10년째 그대로인 값이 시부모님 성품을 거울처럼 비춘다.



택배사 휴일을 앞두고 두 분이서 하루동안 100박스 넘게 작업을 하시면서도 지나가는 말로 복숭아를 직접 따보고 싶다고 한 걸 기억해 두셨다. 한두 그루 아래쪽에 몇 알을 남겨두신 걸 10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신나게 따서는 포장까지 해서 한 박스 만들어 트렁크에 실어두니 든든하다.


함께 대청호 산책을 하고 식당에 밥을 먹으러 들어가면서 테라스에 묶어둔 민구 걱정에 쉽사리 걸음을 떼지 못하시는 아버님. 트렁크에서 커다란 우산을 가지고 와 펼쳐서 민구에게 그늘을 만들어 준 후에야 식당을 향한 걸음이 가벼우시다. 동물을 싫어한다고 노래를 부르시지만 끼니때가 되면 민구는 왜 밥을 안 먹냐고 걱정하시는 어머님. 털 날리는 동물을 싫어하심이 분명함에도 거실을 휘젓고 다니는 망아지 같은 민구를 보며 별말씀하지 않으시니 죄송할 따름이다.



느지막이 한 결혼에 주워들은 것은 많아서 ‘시’ 자가 붙은 관계에 지레 겁을 먹고 고민이 많았다. 해 뜨는 시간 맞춰 저절로 눈이 떠지는 생활을 하심에도 늦잠 자는 며느리를 위해 몇 시간을 안방에서 소리를 낮추시는 모습에 알게 모르게 쌓였던 벽이 허물어진다.


시험 삼아 납작 복숭아나무를 심으셨단다. 수확해 온 귀한 한 알을 둘러앉아 작게 조각내어 나누어 먹었다. 아직은 풋내가 섞인 맛이지만 씹을수록 달큼한 향이 났다. 아버님이 말씀하시길 아직은 아기 나무이지만 나무가 자랄수록 열매에서 더욱 깊은 맛이 날 거라고 하셨다.


관계도 열매도 흐르는 시간 따라 단단하게 여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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