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도 공식이 있다구요?
혹시 인공지능이 글 쓰는 시대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알파고의 바둑 대국 이후에 부쩍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기술의 발달에 대한 찬사가 연이어 언론을 도배했었죠. 드디어 인공지능이,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공상과학이 현실로 이루어지나 봅니다.
인간은 이제 노동에서 해방되어 안락한 생활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레발을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에 우울한 전망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중입니다.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이 일자리 상실의 또 다른 말에 불과하다는 독설을 날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자리를 비롯해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하는 것 때문에 빚어질 디스토피아를 떠올리면서 말이죠.
저 같은 작가들에게도 불똥이 떨어지나 봅니다. 인공지능이 글도 쓴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빅 데이터 시대이니 인공지능은 수많은 문장과 표현, 단어 등을 데이터로 축적해서 가질 수 있죠. 이러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의 패턴까지 꿰뚫고 있어 읽기 좋은 글을 뚝딱 써낼 수 있다고 합니다. 아, 한국에서 글 쓰는 것으로 먹고사는 게 정말 힘든데 인공지능까지 밥그릇을 빼앗아간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인 강원국 작가는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오히려 글 쓸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니, 언론이나 학자들의 전망과는 전혀 다른 예상을 하다니 의아합니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보더라도 인공지능이 대세인 듯한데, 이 분은 어떤 근거로 이런 예상을 했을까요?
강원국 작가도 글쓰기의 영역에서 일부는 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육하원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기사를 써도 되는 기자나 변론문을 쓰는 변호사 등이 쓰는 글쓰기는 얼마든지 인공지능이 자리를 대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 이제 모든 글쓰기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밀려나는 것일까요? 다행이도 인공지능이 쉽게 넘보지 못하는 글쓰기 영역도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가의 영역입니다. 이쯤에서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어도 될지 모르겠네요. 아, 저는 소설가가 아니니 아직 안심하기는 이를까요? 그나마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라면, 조금은 안심을 해도 될까요?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상상력이나 스토리텔링은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인간의 심리나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 테죠. 상상을 하거나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엮어 내는 능력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셈입니다. 이 보루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관찰과 묘사는 상상력을 발휘토록 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합니다. 보루를 만드는 기둥을 세우는 것이죠. 그냥 지켜본다고 해서 관찰이라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관점’으로 보게 하고, 그 관점에 따라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도록 해줍니다. 그 생각은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읽는 이의 상상력도 발휘하도록 해서 공감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글쓰기도 일련의 과정이 있습니다. 무턱대고 술술 풀리듯 쓰는 게 아닙니다. 사물, 혹은 인간의 심리 등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여 사고하고, 묘사를 통해 제대로 전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소통이라는 본질과 목적에 맞는 글쓰기가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글을 끝까지 쓰게 하는 힘도 갖추게 합니다. 글을 처음 쓸 때, 대부분 지나치게 완성도를 의식합니다. 완성도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부터 끝까지 마무리하는 경험이 더 중요합니다. 완성도는 반복된 수정으로 충분히 가질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꺼내 놓고 정작 끝이 없다면 아예 수정도, 읽을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완결성을 갖춘 후에 완성도를 생각하는 게 바로 퇴고의 과정입니다. 완결성에 초점을 맞춰 글 쓰는 훈련을 하는 게 좋습니다.
● 글은 완성도와 완결성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 글쓰기에 입문할 때는 완성도보다 완결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습니다.
● 글쓰기는 자세한 관찰로부터 시작합니다.
● 자세하게 관찰해야 사고와 성찰로 이어지고, 묘사와 전달이 가능합니다.
● 글은 ‘보여줄’ 수 있어야 읽는 이가 구체적으로 글에 ‘접속’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