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구체적으로, 쉽게 써야죠
글을 쓸 때 가장 힘든 게 뭘까요? 저는 쉽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에 힘을 빼는 게 어렵습니다. 처음 헬스클럽에 갔을 때, 스트레칭이나 요가 동작을 배우면서 힘을 빼라는 주문을 많이 듣습니다. 힘을 잔뜩 쓰러 운동하러 갔는데 힘을 빼라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군요. 힘을 빼는 게 어려워 오히려 잔뜩 힘만 들어가니 트레이너가 자꾸만 헛웃음을 냅니다. 힘을 제대로 빼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죠.
글쓰기도 힘을 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힘을 빼고 쓰는 글쓰기를 ‘얄팍한 글쓰기’라고 부릅니다. 괜히 힘주지 말고 얄팍하게 쓰자는 것입니다.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깊은 의미가 담긴 듯한 글을 쓸 때가 있죠. 저도 한동안 글이라면 왠지 심오하게 보여야 한답시고 잔뜩 힘을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쓰는 게 되레 글을 꼬이게 만들어 버리더군요. 제가 쓴 글을 동료작가가 읽고 난 뒤에 한마디 던집니다.
“뭘 말하려는 건데?”
저는 한참이나 제가 쓴 글을 설명해야만 했습니다. 아마 그 글을 쓴 시간보다 말로 설명한 시간이 배는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그 작가는 또 한마디 보탭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풀어서 쓰지.”
아, 비수가 연달아 날아와 꽂히는 바람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맞는 말만 하는 그가 괜히 미워집니다.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니 얼굴을 붉히고 목에 힘줄을 드러낼 필요는 없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글을 수정할 수밖에요.
얄팍한 글쓰기.
저는 글쓰기를 얄팍하게 하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합니다.
괜히 어려운 용어를 늘어놓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어려워 보이는 글들은 ‘이기적인 글’입니다.
자신만 아는, 혹은 몇몇 전문가들만 아는 글입니다. 그분들만 보는 글이라면 상관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글을 그렇게 어렵게 쓰면 이기적일 뿐만 아니라 권위적이기까지 하죠.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느냐는 오만함이 엿보일 때도 있습니다.
이기적이거나 권위적인 글이라도 해석이 가능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혼자만의 생각이 담긴 길고도 어렵게 쓴 글은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건지 자책도 해봅니다. 어려운 용어로 채운 긴 문장을 볼 때는 한숨이 나옵니다. 넘어야 할 고개가 연이어 이어져 있으니 숨 쉴 틈이 없으니까요.
길게 쓴 글을 잘라서 읽어보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대여섯 줄의 문장으로 된 글도 잘라서 보니 서너 개의 문장으로 나뉩니다. 그렇게 읽으면 독해가 가능해질 때가 있습니다. 꼬일 대로 꼬인 비문으로 된 글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겠지만요(대체로 초고나 처음 글 쓸 때 긴 문장은 꼬이는 경우가 많죠).
글쓰기 강의나 수업을 할 때, 수시로 반복해서 이야기해주는 게 있습니다. ‘짧게, 구체적으로, 쉽게’입니다. 이것만 잘해도 소통을 위한 글쓰기는 가능합니다.
비유나 묘사, 어휘력 등은 쓰고 읽으면서 쌓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글도 재능에 노력을 더해야 하는 것이니 숙련의 과정이 필요하죠. 그 과정에서 글을 맛깔나게 쓰는 능력이 키워집니다. 그러니 글을 쓰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습관은 짧게 쓰고,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쉽게 풀어쓰는 것입니다.
간결하고 담백한 글은 말 그대로 읽을 때 그 느낌을 가집니다. 쉽게 읽히면서도 공감이 되니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죠. 저는 이런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처음 쓰는 분들이라면, 더욱 이런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 만큼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면, 글의 기교도 자연스레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읽고 쓰기를 했으니까요.
깊은 성찰과 통찰의 글은 왠지 어려울 것 같죠? 의외로 좋은 글은 쉽게 읽히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듭니다. 성찰은 스스로 충분히 관찰하고 사유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깊은 뜻의 통찰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글로 표현하는 것조차 너무나 깊고 넓은 문장으로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깊은 뜻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글쓰기의 고수라고 생각합니다.
‘깊고 넓은’ 문장과 글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좋아할 독자는 드물 겁니다.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짧고 쉬운 문장으로도 사람들의 생각을 깨우치게 합니다. 이런 글이 읽는 이가 더 공감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솝우화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각성의 의미로 와 닿을 때가 있습니다. 쉽게 쓴 글이라고 유치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성찰과 통찰의 결과도 글로 표현할 때는 짧고 쉽게 구체적으로 풀어 써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의미를 나누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요?
● 글쓰기의 기본은 짧고 구체적으로 쉽게 쓰는 것입니다.
● 문장이 꼬이고, 의미 전달이 안 되는 이유는 이 세 가지의 기본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 일상의 스토리로 풀어갈 때 쉽고 구체적인 글이 나옵니다.
● 성찰과 통찰의 글도 쉽고 짧게 쓴 글이라야 소통의 효과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