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글이라니요

by 글담



해가 바뀌어도 햇살은 바뀌지 않습니다.

따뜻한 햇살에 꽃잎은 말라가는 걸까요?

아니면 따사로운 여유의 풍경을 이루면서 또 다른 존재를 드러내는 걸까요.


시간이 흐르는 건 그대로인데,

묵직한 숫자 하나 바뀌면서 인생의 무게도 바뀌는 듯합니다.

덕분에 지인들에게 전화할 거리를 만들 수 있네요.


“그래, 요즘 니 글 보면서 위안을 받는다.”

음, 새해 덕담으로는 최고입니다.

“니가 쓴 착한 글을 보니 좋더라.”

음?

착한 글이라니요.

일부러 착한 글을 쓰려 한 것도 아니고,

또 착해서 착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더군다나 글쓰기 수업을 할 때마다

“제발 ‘착하게 살자’라는 교훈으로 마무리하지 맙시다!”라고 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착한 글이라 받아들였던 이유로 짐작되는 게 있습니다.

아마도 누군가를,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건 착해서가 아니라,

또는 외면해서도 아닙니다.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을 쓰고,

지금도 버젓이 일어나는 부조리를 따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잘 드러나지 않았나 봅니다.

실패한 글쓰기인 셈이죠.


글을 쓰다보면,

마음속에 끓어올라야 할 불꽃이 식을까 걱정입니다.

관심은 관찰을,

관찰은 생각을,

생각은 행동을,

행동은 불꽃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불꽃이 이어져 연대의 불길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연대의 대상이나 목적은 그때마다 다르겠죠.

그저 혼자 외로이 세상에 놓일 그 누군가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글쓰기의 일련의 과정과 다를 바 없습니다.

관심이 관찰로,

관찰이 생각으로,

생각이 글쓰기로,

글쓰기가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치열한 세상 읽기입니다.

그 치열함에 다다르지 못한 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착한 글보다 뜨거운 글을 쓰고 싶네요.

차가운 글보다 펄펄 끓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올해는 좀 더 치열해져야겠습니다.

글을 쓰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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