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까지 청명한 하늘에 마음을 빼앗겨 더위를 잠시 잊고 있었는데,
어느덧 저 멀리 먹구름이 다가옵니다.
녹슨 가로등은 오랜 시간 비에 시달리고 햇볕에 말려지기를 수없이 반복한 탓에 지쳐 보입니다.
구름은 그 세월의 무게인 듯 다가와 가로등 위에 자리 잡습니다.
그 구름을 떠받들고 있는 가로등은 외로울까요?
대지의 열기에 지쳐 아지랑이 피어나는 길 끝 너머를 바라봅니다.
기차역의 한구석에는 한 노숙인이 주저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너털웃음을 터뜨립니다.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자세로 터뜨리는 웃음은 조소도 헛웃음도 아니었습니다.
한 인간의 세월에 지워진 그 무게를 떨쳐낸 웃음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보다 세상을 보며 한껏 웃는 건 아닐까요?
저만치 떨어져있던 먹구름이 어느새 다가와 비를 뿌립니다.
물기 가득 담은 공기는 심장으로 들어와 온몸을 늘어뜨립니다.
아등바등 삶을 꾸리느라 오가는 사람들의 심장은 무엇으로 채워졌을까요?
열정과 냉정,
야망과 체념.
그 무엇도 채워진 게 없이 텅 빈 마음.
책을 보면서 마음을 읽어보려 합니다.
한가로운 주말의 오후를 애써 누리려 하는 마음만 읽힙니다.
조급함과 번잡함을 떨쳐버리려는 마음이 되려 그 둘을 불러옵니다.
그저 세상을 보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싶네요.
그러면 잠시 내린 소나기가 열기를 가라앉힌 것처럼 내 마음도 차분해질까요?
토요일 늦은 오후입니다.
모든 걸 내려놓으라는 그 어려운 숙제를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외따로 있으면서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아, 지금 이 글을 쓰는 카페에서는 저절로 외따로 떨어져 있는 섬이 될 수 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때문인지 조용히 혼자 있거든요.
카페지기한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