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궂긴 날씨 때문에 애면글면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오늘도 끙끙대며 원고를 읽는데,
책의 한 문장, 한 구절이 인생의 향방을 바꾸어 놓았다는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글을 보고 잠시 읽기를 멈춥니다.
어쩌면 흔히 만나는,
그러나 쉽게 이루지 못하는 구절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몇 권을 읽느냐, 얼마나 기억하느냐 등 수치로 가늠하는 어려움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책을 읽고 내 생각의 전환, 혹은 다듬는 그 치열함을 제대로 하는지 걱정입니다.
무사의 치열한 무공 수련처럼 말이죠.
물론 책을 목숨 걸고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나 책을 읽은 뒤에 목숨을 거는 경우는 종종 보죠.
그러니 책을 읽은 뒤에 쉽게 방 한구석에 던져놓지 못하나 봅니다.
거친 원고에서 그나마 눈에 들어온 구절을 새삼 곱씹습니다.
그러다가 하늘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아, 누군가 붓칠을 곱게도 했군요.
옅은 햇살과 구름으로 파란 천에 거침없이 그어 놓은 붓칠에 넋이 나갈 뻔했습니다.
하루 휴무로 텅 빈 카페에서 노을 지는 풍경에 대놓고 넋을 놓습니다.
텅 비어있는 공간과 노을이 한순간에 긴장을 풀어버립니다.
치열함과 멍함 그 중간 어딘가에 놓인 듯하네요.
아마도 인생은 이 두 간극 사이를 오고가는 여정일지도.
책과 노을은 닮았습니다.
읽고 난 뒤의 여운,
보고 난 뒤의 여운.
그 어떤 여운이라도 한때의 사색을 누리게 해주네요.
치열함과 멍함 중간의 그 어디쯤에 서서 빠지는 사색.
굳이 그 위치를 가늠하려 하지 않습니다.
책의 구절에 나의 모습을 갖다 대어 봅니다.
그걸로도 생각거리는 넘쳐나네요.
오늘은 책과 노을의 여운을 다 누릴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운수 좋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