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비가 쏟아지리라 생각했지만,
그저 하얀 뭉게구름이 해를 가려줄 뿐입니다.
파란색 천에 덧댄 하얀 천이 하늘을 뒤덮을 때,
여름의 짙은 내음은 땅을 뒤덮습니다.
“이제 여기도 동남아야. 못 돌아다니겠어.”
카페에 들어온 한 지인은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질색을 합니다.
높은 습도와 지열과 햇볕의 열기에 질렸나 봅니다.
좀 더 시원하게 해주려고 하다가 관둡니다.
온종일 이곳에 있었던 터라 추웠거든요.
온몸을 감싸는 열기와 습기에 이미 녹초가 되었나 싶었는데,
오자마자 즐겁게 수다를 떨기 위해 예열을 합니다.
수다를 떨기 위한 예열은 덥지 않은지.
잠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돌아와 작업할 원고를 들여다 봅니다.
네, 그저 들여다 볼 뿐입니다.
날씨 탓인지 기분이 들쭉날쭉 오락가락 헤맵니다.
하는 짓도 뒤죽박죽 갈피를 못 잡습니다.
책을 보다가 지겨우면 글을 쓰다가,
글을 쓰다가 안 풀리면 책을 봅니다.
그러다가 졸리면 꾸벅꾸벅.
아, 이렇게 하루를 보냅니다.
끝내야 할 원고 수정이 있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니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차분해야 하는데 뭔가 넋이 나간 듯 집중을 하지 못합니다.
날씨 핑계를 대려니 땀 흘리며 노동을 하는 이들이 떠오릅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오랜 시간을 글과 함께 보내면서도 한여름만 되면 모든 게 엉망입니다.
나름대로 여름을 잘 보내는 법을 터득했어야 할 세월인데,
매년 여름은 매번 새롭게 맞닥뜨리는 고비입니다.
고비는 매번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이미 익힌 극복하는 방법이란 없을지도 모릅니다.
매번 고비가 닥쳐와도 그저 고갯길을 묵묵히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서 영특한 머리보다 끈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매번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짜봐도 매 순간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성보다 정념을 매번 떠올리며 한발짝씩 움직여야겠죠.
오늘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는 게 아니라 어우러졌습니다.
고비가 내 인생을 가로막는 게 아니라 인생과 어우러진 일부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