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을 하러 먼 길을 갔다가 오는 길은 폭우와 땡볕의 경계를 넘나드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육백킬로미터를 오가는 길은 파란만장했습니다.
빗길을 뚫고 달리다가 어느새 쨍쨍 내리쬐는 햇살을 마주합니다.
머나먼 길만큼이나 세상은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고 들려줍니다.
이른 아침에 떠난 길은 폭우를 뚫고 가는 길이었습니다.
먼 길이라 걱정은 되었지만,
가야할 길이니 그저 조심스레 차를 몹니다.
그나저나 강연이 좀 잘 되어야 할 텐데,
매번 그렇듯 은근히 걱정되고 긴장이 됩니다.
더군다나 이 날씨에, 점심 직후에, 기관장 연설 이후에 하는 강의라니.
그럼에도 그 누군가 제 강의를 귀담아 들어주리라 생각하니 약간 설레기도 합니다.
운전하는 내내 졸음이 올 리가 없습니다.
글쓰기 강연을 할 때마다 강연 주제로서는 인기가 낮다는 걸 느낍니다.
재테크나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과 같은 유혹적인 메시지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자기 성찰과 생각의 디자인으로 글을 쓴다는 게 딱히 일상적인 관심사는 아닐 테니까요.
가뜩이나 읽는 것마저 흥미가 떨어지는 시대이고,
글쓰기 주제를 원하는 소규모 인원이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배경과 일을 가진 15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다소 형식적인 행사였죠.
이럴 때는 강연의 초점을 맞추기도 참 힘듭니다.
그런데도 글쓰기가 어떻게든 각자의 삶에 각자에 맞는 긍정의 영향을 줄 거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글쓰기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소명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요.
시간이 별로 없었던 탓에 간단히, 그러나 힘을 꾹꾹 눌러 담아 말합니다.
일단 쓰고, 자기만의 글쓰기 시공간을 가지고, 함께 쓰려 하고, 또 스스로 약속을 하라고 말이죠.
멋진 문장이나 메시지부터 떠올리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생각을 가다듬는 시공간이 있어야 하고,
그 시간에 우선 떠오르는 것부터 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첫 발자국을 떼는 그 순간을 어떻게 가질지 고민하라고 말이죠.
150명 중 단 한 명이라도 글을 쓰겠다는 분이 나타나줬으니 나름대로 위안을 받습니다.
또 강연 중에 열심히 메모하고 웃음을 짓던 분들이 떠오릅니다.
그분들이 이제 짧은 글이라도 자주 쓰는 일상을 가졌으면 하네요.
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강연을 하러 가던 길에 쏟아지던 폭우를 다시 만나려나 싶었는데,
태양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토록 쏟아지던 비는 먹구름만 남기고 겨우 한두 방울 떨어지는 한여름의 늦은 오후입니다.
멋진 강연을 하는 강사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조용하고 아담한 카페에서 만나는 등불처럼 여겨졌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이 빛나는 존재가 되겠다는 게 아닙니다.
글을 쓰려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일러주는 작은 불빛.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고민하는 자신의 역할을 새삼 떠올린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