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공중에 떠 있는 날

by 글담




무거운 구름이 짙게 드리운 날,

바다가 떠 있습니다.

일렁이는 파도가 겹치면서 바다는 공중에서 무겁게 다가옵니다.

해를 가렸는지,

아니면 해가 저버렸는지 어스름과 함께 잿빛으로 물들인 구름은 파도가 되어 세상을 뒤덮었습니다.


바다는 땅과 맞닿은 경계에 빛을 흩뿌립니다.

축복을 내리는 걸까요?

번잡한 세상과 구분을 하려는 걸까요.

원래부터 있던 것은 하나도 없는 땅 위 세상입니다.

초록의 영역도 하다 못해 만들어 놓은 숨통일 뿐입니다.

탁 트인 광경이라고 하나,

인위와 세속의 풍경일 따름입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 끄트머리에 살짝 드러난 능선은 그래서 반갑습니다.

마치 삭막한 사막 한 가운데에서 헤매다가 저 멀리 아른거리는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풍경은 계속 말을 겁니다.

바다가 공중에 떠 있는 날,

왜 집에만 있냐고.

비가 쏟아질 거라고 대답하지만,

왠지 궁색합니다.

바다는 비를 쏟아내지 않고 파도를 몰아칠 뿐일 테니까요.

아마도 그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것이겠죠.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 자박자박 걸어 들어가면,

몸을 휘청이게 하는 파도에 휩쓸릴까 봐 겁부터 납니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잠시 유영을 하면,

그새 두려움은 사라지고 둥실대는 안락함을 즐깁니다.

위기는 그래서 절망의 신호이자,

삶을 유영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검푸른 파도가 무겁게 다가온 날,

가공의 풍경이 시덥잖게 느껴집니다.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건물들은 개별적이지 않고 그저 하나로 뭉뚱그려 뭉친 듯합니다.

그래서 휑뎅그렁한 풍경으로 비칩니다.

바다가 공중에 떠 있는 날,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자유를 느껴야 하는 날.

집에 콕 박혀 있으면서 잡념의 자유만 늘어놓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