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조용합니다.
늘 그렇듯이.
바다도 조용합니다.
언제 태풍이 왔냐는 듯이.
너울이 가라앉는 시간과 함께 잔잔한 파도로 바뀌듯,
카페의 시간도 먼지와 함께 가라앉아 공간은 적요합니다.
바람은 얼굴을 스치고 지나 고요하게 공간을 떠나가고요.
이 적막의 고요.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카페 안을 이리저리 서성이며 마치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지만,
실은 할 일과 갈 곳을 몰라 헤맬 뿐입니다. 그러다 문득 좀 전에 읽은 책의 한 문장을 떠올라 곱씹어 봅니다.
어느 작가가 말한,
“문장으로 빼곡한 책의 페이지가 뺨에 닿은 것처럼 확실한 감각”이란 무엇일까요?
그저 문자로 가득 채운 페이지를 뜻하는 것은 아닐 듯합니다.
여백이 보이더라도 밀도 높은 문장으로 빼곡하게 채운 페이지,
그 문장 안에 담긴 의미와 광경에 빠져들 때,
페이지는 내 뺨을 달구고 마음을 채웁니다.
달궈진 뺨과 마음의 공명을 느끼기에 ‘확실한 감각’으로 와닿는 게 아닐까요.
아마도 그런 뜻이라 여기며 그다음 문장으로 넘어갑니다.
시간이 먼지와 함께 가라앉을 때,
마침 읽던 책은 뺨에 닿았습니다.
희부윰한 저녁 시간이 되자 문장의 밀도는 더욱 높아져 다가옵니다.
책 읽기에 좋은 시간이자,
책 읽기에 피로한 시간입니다.
여린 빛이 비친 카페의 옥상 정원은 그새 어스름으로,
이내 작은 전구의 불빛으로 빛의 농도가 바뀌었습니다.
하얀 색인 줄 알았던 책의 종이는 노르스름한 색이 되었습니다.
등불에 의지하여 책을 볼 시간이 됐군요.
등대에 의지하여 배는 항구로 들어오겠지요.
짙은 구름이 깔리고 어둠이 바다를 뒤덮을 때,
그제야 등대는 제 존재를 증명할 테죠.
인생에 그림자가 드리울 때가 됐을 때,
이제야 책은 제 의미를 건네주겠죠.
책을 읽다가 두눈을 손바닥으로 누르니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빛이 명멸합니다.
책에서 본 의미도 깜빡거리며 희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