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태양은 하늘에만 떠 있는 줄 알았는데,
땅에서도 태양은 빛나고 있습니다.
짧은 산책길에서 본 꽃은 눈이 부셔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빛을,
색을,
기운을 뿜어냅니다.
땅 위의 태양은 냉혹한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도도하고 꼿꼿하게 서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잠시 흔들릴 뿐,
꽃잎 하나 흐트러짐 없이 저 위의 태양을 마주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구름 한 점 없는 관계처럼,
혹은 티끌만 한 어둠이 삭제된 관계는 없을 테죠.
어떤 관계라도 갑과 을, 태양과 어둠이 공존하는 관계이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사랑하는 사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죠.
종속과 소유의 관계라도 나의 흔적마저 지울 수는 없습니다.
서로의 관계가 불평등하더라도 영원히 그림자로 지낼 수도 없겠지요.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내면의 고요는 파장을 일으키지 않는 관계 맺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는 독립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나는 고독한 존재로 버틸 수 있을 테니까요.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숱한 사연이 발생하지만,
내가 지워지는 일만은 피하고 싶습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정 투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존재성의 인정을 모두가 갈구합니다.
이 투쟁은 사랑을 갈구하거나 나를 봐달라는 하소연이 아닙니다.
독립적이고 고독한 존재로 인정해달라는 외침입니다.
노랗고 붉은 프렌치 매리골드는 그다지 말을 하지 않고도,
소리 높여 외치지 않고도 자신의 존재를 보여줍니다.
과시하려 하지 않고,
드러내려 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인데 말이죠.
난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눈에 띄려 이곳저곳 서 있으려 한 건 아닌지.
갑자기 확 달아오르는 얼굴을 애써 숙여 감춰 봅니다.
다행히도 카페 안에서도 외진 곳이라 혼자 몸을 움츠리고 조용히 글을 씁니다.
달아오른 얼굴로 존재를 인정받는 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