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어느 작가의 말대로 ‘생각지도 못한 관념의 향연을 펼쳐 보여주는 것보다 존재의 한 순간’이자,
‘견딜 수 없는 향수에 젖게 하는 데’ 있나 봅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시를 읽다가 한 존재의 순간에 감탄하고,
향수에 젖어 지나간 시간을 헤아리곤 하죠.
졸린 가운데 읽는,
아니 감상하는 시는 금세 휘발되어 날아가버립니다.
그저 남는 건 뭉클한 가슴앓이뿐입니다.
‘고독, 그것은 시선들의 감미로운 부재’
이 말은 어쩌면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만의 사유와 대화이지 않을까요.
시를 감상하면서 고독에 빠지려 여러 번 애를 쓰지만,
시를 감상하는 동안 고독보다 외로움에 빠진 적이 더 많은 듯합니다.
시인이 건넨 말에 화답을 해주지 못할 망정 이리도 망상에 빠지니 어쩌면 좋을까요.
조용한 카페에 홀로 앉을 자리를 찾다가 나무 내음 물씬 풍기는 곳을 찾았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를 책이 꽂힌 서가를 뒤로 하고,
낡은 시간이 남아 있는 자리에 앉아 봅니다.
지나간 추억이나 외로움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고독을 맛보려고요.
번잡한 일을 손에서 떼어 놓고 침잠에 빠지다가 고독으로 이어보려 합니다.
쉽지는 않네요.
여전히 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이 질주를 하며 헤집고 다닙니다.
아직도 가슴속에는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 콕콕 쑤시는 중입니다.
노을은 오늘도 하루를 닫으며 붉게 물들었습니다.
끝을 향한 마무리는 이렇듯 황홀하고 장엄합니다.
스러져가는 영혼의 쓸쓸함보다 소박한 안도감으로 마무리하는 노을은 어떨까요?
잠시나마 세상은 붉게 물들었다가 어느새 어스름은 짙은 어둠으로 바뀔 테죠.
하루를 의미 있게,
또는 평온하게 마무리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둠을 맞이합니다.
지나간 시간을 테이블과 의자에 간직한 그곳도 어둠이 켜놓은 불빛을 맞이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오늘이라는 시간,
고독의 시간으로 채워보는 건 어떨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