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 보는, 끝까지 써보는 글쓰기
가끔 책을 읽다가 아픔을 느끼곤 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에는 주체하지 못할 눈물이 고일 때도 있습니다. 딱히 슬픈 내용이라서가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의 나를, 내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글은 감정의 선을 건드리고, 생각의 줄기를 이어나가게 할 때 비로소 가치를 얻습니다. 이런 글은 문장이 훌륭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을 얻게 합니다. 저자가 지금 바라보는 것, 생각하는 것, 알리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글입니다.
글쓰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느끼는 어려움은 여러 가지입니다. 때로 문장이, 단어가, 흐름이 저를 괴롭힙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무엇을 전달하려는지 잊어버릴 때가 가장 힘듭니다. 거꾸로, 한창 신이 나서 글을 쓰다가 문맥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썼던 글을 지울 때도 있습니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죠.
글쓰기는 재미있습니다. 어려운 글쓰기라고 해도 내 생각을 다듬고, 공감을 얻으려 하는 과정은 흡사 탐험을 하는 기분이랍니다. 그래서 어려워도 글을 쓰는 것이라 믿습니다. 어렵다는 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복선이라 여깁니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글쓰기의 3박자는 결국 일상의 습관이어야 합니다. 거창하게 할 필요도 없이 하루에 30분이나 1시간을 글과 관련된 시간으로 삼으면 어떨까요? 업무에, 가사 일에, 공부에 치이는 일상에서 그 정도의 시간도 내기가 힘든 게 사실입니다. 독서조차도 하루에 한 페이지 읽는 게 힘들죠.
예전에 어떤 작가 분을 만났는데, 평소에 독서를 무척이나 강조하셨죠. 실제로 그분이 읽은 책의 분량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렇게 공부를 한 덕에 베스트셀러도 여러 권 냈었죠. 그분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책 읽기를 이야기하는데, 일주일에 한 권 읽는 것도 게으르다고 혼을 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뜨끔하더군요.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을 때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니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책을 읽었다는 그 작가 분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고집을 꺾었다고 합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야근과 주말 근무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책을 읽는 게 얼마나 힘든 현실인지 알게 된 거죠. 그때부터 매일 한 권을 읽으라는 주문은 하지 않는다는군요. 그러나 책 읽기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것에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것은 전업 작가나 작가지망생이나 할 수 있겠죠. 다른 직업이나 가사와 육아를 하면서 읽고 생각하는 일에다가 글쓰기를 하려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저와 함께 글모임이나 수업을 함께합니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참으려 하지 않죠.
제각각의 이유로 글쓰기를 배우러 오는 분들에게 저는 읽기와 쓰기의 습관부터 주문합니다. 읽는 게 되지 않으면 쓰는 것도 힘들지요.
제가 하는 모임은 읽기와 쓰기를 함께 합니다. 독서 토론과 더불어 좋은 책의 구성과 문장도 함께 봅니다. 이런 방식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며 좋은 문장과 구조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다보면 도움이 되죠.
혼자서 글을 쓰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버틴다는 표현이 생각날 만큼 힘들기도 하죠. 책을 조금이라도 더 읽으려고 독서모임에 나가는 이유를 생각해보세요. 함께하니 안 읽을 수가 없잖아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급적이면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글쓰기를 하는 게 좋습니다. 함께 쓰고 읽는 것을 하면서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습니다. 또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나름의 견제장치를 두는 셈이죠.
글쓰기 수업을 할 때였습니다. 8주 과정으로 하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속으로 고민거리가 한 가지 생겼습니다. ‘이분들이 8주 만으로 글쓰기를 다 배웠다고 생각할까? 가르치는 나는 8주 만에 모든 것을 가르쳤다고 할 수 있을까?’ 즉 8주 동안의 수업이 글쓰기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8주 동안의 수업은 일단 글쓰기를 왜 하는지,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의 원칙이나 방법이 무엇인지는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8주 만에 글쓰기를 가르치고 배우는 게 “끝났다!”라고는 할 수 없죠. 이 수업의 목표는 글을 쓰는 습관을 조금이라도 갖추게 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때도 글쓰기와 관련한 강의를 여러 시간에 걸쳐 합니다. 사실 글을 쓰기 전에 하는 수업은 그다지 효과가 없습니다. 짧게 써라, 구체적으로 써라, 쉽게 써라 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고 노트에 열심히 받아 적어도 정작 글을 쓸 때는 홀라당 까먹기 일쑤죠. 이런 수업보다 실제로 글을 쓰게 하고, 자신이 쓴 글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는 게 더 효과가 있습니다.
보통 2편 정도의 글을 쓰게 하는데, 정작 글을 써보니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일단 마구 써보라고 할 때만 해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함부로’ 하는 글을 쓴다는 게 웬 말이냐는 것이죠.
처음에는 생각글, 즉 무슨 글을 쓸지 메모 수준의 글을 쓰는 것도 힘들어하는 분이 있습니다. 글쓰기에도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생각하는 것도 낯선 분들입니다.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는 데 힘들어 하죠. 그래서 생각글은 메모처럼 낙서처럼 써도 된다고 몇 번이나 강조합니다. 그렇게 쓴 생각글이 글의 초고로 이어지고 퇴고까지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한두 번 하게 되면 어떻게 글을 쓰는지 대충 감이 옵니다. 이 감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글쓰기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다 안 하다를 반복하는 글쓰기는 늘지 않습니다. 매일 조금씩 써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기입니다. 일기만큼 부담 없이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수단이 또 있을까요?
일기와 더불어 혼자 하는 글쓰기보다 함께하는 글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서로 이끌어주고 보듬어줄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당장 글쓰기의 연속성, 즉 일상에서의 글쓰기를 보장해줍니다. 일주일 혹은 2주일에 한 번씩 만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임에 들어가는 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글쓰기 배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 동네서점이 많이 생기면서 책 읽기 모임뿐만 아니라 글쓰기 모임도 조금씩 생기는 듯합니다. 제가 하는 재능기부 차원의 글쓰기 모임도 있을 겁니다. 유료 수업과정도 있습니다. 각자에 맞는 형태를 골라 글쓰기를 했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글쓰기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꾸준히 쓰는 것입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은 교양과 취미 때문은 아닙니다. 어쩌면 가혹한 자신에 대한 성찰일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게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이야기나 생각, 감정을 드러내고 정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자신의 본 모습을 스스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잘난 모습보다 못난 모습, 부족한 면모가 더 눈에 띌 때가 많습니다. 이 과정을 차분히 바라보고 정리하는 것이 글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글쓰기가 성찰이고, 성찰을 통해 힐링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요?
자신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는 성찰에 이어 소통으로 이어집니다.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타인에 대해 관용과 포용, 대화와 설득이 가능합니다. 윽박지르듯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만큼 천박한 것은 없습니다. 진정한 소통은 글쓰기로부터 배우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