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는 외골수가 아닙니다
원고를 다 쓰고 나면 피곤합니다. 글 쓰는 게 무슨 대수냐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요. 몸을 쓰는 노동이 아니라서 한가로운 짓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는 정신노동이 무슨 말인지 뼛속 깊이 알게 되는 순간이지만요.
글을 다 쓰고 나면 다시 읽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닙니다. 조금 전까지 끙끙대며 매달렸던 글을 다시 보려니 읽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잠시 쉰 뒤에 읽습니다. 단 소리를 내어 읽어봅니다.
저는 아주 나쁜 버릇이 있었습니다. 글을 다 쓴 뒤에 모니터에 띄워 놓고 마우스로 쭉쭉 내리며 눈으로 읽었죠. 그렇게 해서 문장을 손보거나 구성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 글을 읽어본 동료 작가가 한숨을 내쉬고 혀를 찹니다.
“이 문장이 매끄럽다고 생각하니? 덜컥덜컥 걸리잖아.”
글이 무슨 비포장도로도 아니고 뭐가 그리 덜컥거린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글을 마감하고 싶은 마음만 앞서는 내게 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직접 고치든지!”
엉뚱한 곳에 소리를 지르며 마감의 스트레스를 풀어버립니다. 이런 내가 못마땅한 건지 안쓰러운지 그냥 바라보는 동료 작가를 외면합니다. 이때만 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거죠.
시간이 흘러 원고를 출력해서 보는 습관을 가지게 됐습니다. 종이 위에 빼곡히 적혀 있는 글자를 눈으로 읽습니다. 어째 집중도 잘 안 되고, 글이 술술 지나갑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첫 문장부터 소리를 내어 읽었습니다. 그랬더니 좀 전에 눈으로 볼 때는 분명 문제가 없어보이던 문장이 가시가 목에 걸린 듯 입안에서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소리를 내어 읽으면 문장이 길고 짧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문장에서 느껴지는 리듬과 호흡도 자연스러운지 구별이 됩니다. 이게 소리 내어 읽는 효과입니다. 퇴고를 할 때는 이처럼 소리를 내어 읽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이 어느 정도 퇴고를 했다면, 이번에는 주위 사람에게 글을 보여줍니다. 예전에는 저도 이 과정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지적을 당하는 것을 자처하는 것이니 기분 좋을 리 없죠. 이 생각도 어리석은 것입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글이 불특정 다수인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질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원고를 다 쓰고 출판사에 넘길 때, 저는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마무리 작업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죠. 출판사로부터 아주 냉정한 피드백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글의 허점을 짚어주고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입니다.
자신의 글을 객관화하지 못하면 혼자만의 떠들기로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객관화는 일차적으로 소리 내어 읽기로, 그 다음으로는 주변의 피드백에 귀를 여는 것입니다. 이 과정만 거쳐도 무난한 글이 나올 수 있습니다.
글은 공감을 목적으로 쓰는 것이라 했습니다.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조차 공감하지 못하는 글을 세상에 내놓겠다는 것은 만용이지 않을까요?
● 최종 수정을 앞두고 소리를 내어 읽어보세요.
● 소리 내어 읽으면, 문장의 길고 짧음과 리듬이나 호흡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 피드백을 받는 것은 중요합니다. 객관적인 평가로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알게 됩니다.
● 글을 철저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타인의 의견을 듣는 게 도움이 됩니다.
● 피드백은 글의 객관화를 가능하도록 합니다.
● 다양한 사람에게 글을 읽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