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을입니다

by 글담

그냥 말이 없어 말을 합니다

공중에 흩날릴 말이 글이 되어 남아도 지우면 그만이겠죠

바람은 어디로든 갈 수 있을 테니 내 소식 실어 거기로 갈까요

살랑이는 나뭇잎 마냥 그저 손짓만 할까요

여름을 앞두고 가을을 떠올리며 편지지를 만지작거립니다

오늘은 가을입니다

장미의 계절이 저물 무렵,

공원과 카페는 다른 형형색색의 꽃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떨군 장미를 보니 반갑기만 합니다.

마치 오랜 세월 떨어져 지낸 그를 다시 만났을 때처럼 말이죠.

오랜만이니 어색한 마음에 수줍어 하며 눈을 바로 보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어느덧 그때 그 시절의 친밀한 거리로 좁혀지는 만남.

타오를 듯한 햇살이 아니라 뭉근한 햇살처럼 떠올리는 인연이 그리운 날입니다.

한여름의 장미는 그렇게 편지를 쓰고 싶게 만드는 가을의 전령으로 다가옵니다.

오늘만큼은 가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