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하늘은 그림이 되어 펼쳐졌습니다.
둥그스름하게 모양을 채운 노란 달은 가로등의 불빛이 수줍을 정도로 은은합니다.
완벽한 원을 그리지 않아서 더욱 정감이 가는 새벽달입니다.
완벽하지 않아 더 그릴 수 있고,
완벽하지 않아 더 채울 수 있습니다.
더 그리고 채운 뒤에 홀가분하게 다시 비울 수 있고요.
날카롭게 뻗친 가지만 있는 나무도 마찬가지겠죠.
조금만 더 있으면 나뭇잎으로 옷을 해 입을 테니까요.
조급해할 이유가 없는 듯합니다.
어차피 기차는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고,
맞춰진 시간에 도착할 테죠.
나는 시간에 몸만 실을 뿐.
며칠 전 저녁에 동네 카페를 들렀는데,
한 청년이 카페에서 털실로 뭔가를 뜨개질하고 있습니다.
목도리인지 팔토시인지 슬쩍 봐서는 모르겠지만,
정성을 짜고 있다는 것만은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누군가에게 정성을 선물하고 싶었나 봅니다.
여자친구일지 어머니일지 알 수 없지만,
정성이 닿을 그 시간이 왠지 부럽습니다.
카페의 공기는 털실의 온기로 가득합니다.
하루가 지나면 새벽길을 나서야 하니 마음은 무겁습니다.
무거운 마음 잠시라도 덜어내려 책을 꺼내 읽습니다.
단어와 단어의 연결을 통해 생각의 물줄기를 이어가는 책입니다.
어째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두 개의 단어로 엉뚱하고 발칙한 생각을 하자는 주제로 원고를 구상하고 있었거든요.
역시 생각을 질질 끌면 좋지 않네요.
또 마음이 불편합니다.
내가 먼저 원고를 다 쓰고 책으로 만들었던들 이보다 잘 썼을 수 있었을까요.
역시나 질투는 하수들이나 하는 것인가 봅니다.
새벽녘 기차역 앞에서 슬쩍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시간이 빛으로 바뀌어 차츰 밝아지기 전입니다.
이제 시간에 몸을 맡긴 채 새벽길을 나서야 합니다.
뜨개질하는 청년도 시간에 몸을 맡겼겠죠.
서두른다고 떠야 할 코를 다 뜨는 것도 아닐 테니까요.
그걸 이미 아는 눈치일까요?
청년의 얼굴은 여유롭습니다.
나는 이제야 조금 알아서 살짝 일그러진 새벽달을 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