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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Jan 02. 2024

취향은 달라도 열린 마음이라면 좋겠습니다

“너무 오랜만이죠?”

“사는 곳이 먼 데다가 요즘 이곳으로 올 일이 없어서요.”

쭈볏쭈볏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주인장이 씩 웃으며 반깁니다.

“시간이 참 많이 흘렀네요.”

“그러게요.”

오랜만에 찾은 먼 곳의 동네 카페 주인장은 여전히 저를 기억해 줍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늘 앉던 자리가 마침 비었네요.


“간만에 오셨으니 드립으로 한 잔 하시죠.”

“아, 그럴까요? 그럼 계산 다시 할게요.”

“아니요. 저도 한 잔 할겸 그냥 드세요.”

주인장은 바리스타 대회 나가서 몇 번이나 1위를 하신 분입니다.

그런 분의 하해와 같은 은혜이니 감읍해야지요.

그분의 말로는 이 도시에는 카페가 7천 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이렇게 좋은 곳과 인연을 맺은 것도 복인 듯합니다.


수천 개나 되는 카페만큼이나 각각의 취향이 있습니다.

어딜 가더라도 맛이 같을 수는 없죠.

똑같은 곳에서 콩을 납품받는다고 해도 맛은 카페마다 제각각이죠.

물 온도, 추출량, 분쇄도 등 맛을 달리하는 이유가 한둘이 아닙니다.

각자의 손맛에 따라 다른 맛이니 제 취향을 찾아 가야겠죠.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맺는 것은 어떨까요?

취향만 따지면 인간관계의 폭은 좁아지겠죠.

취향을 무시하면 피곤함이 쌓일 것일 테고요.

그저 조금은 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들어주고 말해줄 수 있다면 취향 따위야 상관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침 손님들이 확 빠져 나가는 바람에 조용해진 카페.

카페 주인장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저에게 궁금한 게 뭐가 많은지 이것저것 묻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덧 사는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취향은 달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삶을 주고받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덤으로 주는 정까지 받은 시간이었네요.

올해는 혼자서 고립되어 하고픈 말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야겠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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