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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Feb 06. 2024

축적의 시공간을 읽으러 가는 것이니까요

오래된 도시에는 시간을 축적한 공간이 많습니다.

축적된 시간을 허무는 일도 자주 일어납니다.

다시 시간을 쌓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시간 따위는 상관없는지도 모르죠.

이익만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것인지도.


아쉬운 마음에 도시의 오래된 풍경을 마주합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바람은 마음도 움츠리게 합니다.

그래도 잠시 멈춰 고요한 옛 도시를 바라봅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바람 탓이 아닙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를 옛 풍경이라는 생각에 지레 움츠렸던 게 아닐까요.


얼마 전 책방에 가서 책을 주문하고 왔습니다.

사라진 도시의 풍경만큼이나 볼 수 없었던 동네 골목 책방입니다.

동네 책방은 책이 많이 없습니다.

찾는 책이 없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정작 없으니 허전하긴 하더군요.

책방 주인장에게 책을 주문합니다.


골목을 걷다 들를 수 있는 책방이 있으니 좋습니다.

비어 있던 생의 조각이 하나 채워진 듯합니다.

독립 책방이 그렇듯 작고 좁고 듬성듬성 놓인 책들.

서점 나들이를 하던 때가 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또 하나의 축적된 시간이 아스라해졌습니다.

책방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동네 책방.

엿보기의 은밀한 재미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책방은 주인장의 취향을 좀처럼 짐작하기가 힘듭니다.

독립 서적, 기성 출판사, 소설과 여행, 인문과 에세이.

다양한 장르가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뭐 개의치 않습니다.

그 공간과 시간을 읽으러 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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