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처마

by 글담


아파트와 같은 사각통에 갇혀 살다 보면,

장마가 와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끈적끈적한 날씨는 에어컨을 틀어 뽀송뽀송하게,

우울한 기분은 쾌적한 온도와 함께 음악으로 달랩니다.

그런데 왜 이토록 처마 밑에서 바라보는, 또 들어보는 장마가 그리울까요.

골목길을 마구 달리며 비 피할 곳을 찾다가 처마나 혹은 대문 앞에 잠시 몸을 피합니다.

작은 공간이니 몸을 움츠려 연신 땀을 훔쳐내고 비를 닦아냅니다.

그러다가 거친 호흡이 잦아들면,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또 그리도 속절없이 바라봅니다.

비가 온다고 해서 일상이 크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매일 똑같이 일하러 가고 공부를 하고 살림을 합니다.

그런데도 세차게 내리는 장맛비를 보니 왠지 마음은 일렁이는 물결로 이리저리 흔들댑니다.

이런 속도 모르고 카페 주인장과 보컬은 비 오는 날의 운치를 연주하고 노래합니다.

뭐 어쩌겠어요.

이 날도 공치는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매일 똑같이 하지 않는 날이 됐으니 오히려 다행이네요.

추억을 곱씹든

생각을 가다듬든

오늘은 특별한 날이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