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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장맛비는 가랑비로, 가랑비는 보슬비로 바뀌어 새벽을 적십니다.
비가 와도 새는 지저귀고, 햇살이 비치지 않아도 날은 밝아 옵니다.
이렇듯 하루는, 세상은, 일상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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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에 잠시 바깥에 나가보니,
여름 장마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오늘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바라볼지 아니면 하염없이 젖어들지 알 수 없겠네요.
할 일은 많은데
쓰고 싶은 글은 쌓이는데
해야 할 공부도 미뤄져 있는데
오늘 하루 어찌 보내야 할지 난감합니다.
그만큼 비는 상념이 되어 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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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바람이었으면 합니다.
물기 머금은 바람이 팔뚝에 닿을 때
여름의 정순함을 느끼면서도 어찌 할 수 없는 축축한 여름의 느낌에 연신 부채질을 합니다.
다행히도 후텁지근하지는 않고 후덥지근한 날씨인지라 그저 초여름의 비 오는 청순한 느낌으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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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는 오후가 되자 주룩주룩 장맛비로 바뀌었습니다.
담벼락에 늘어져 핀 능소화는 또다시 하나둘 길에 떨어져 한여름의 골목을 자아내겠지요.
비가 온다고 난감해하지 않고 낙화의 고혹미를 마지막으로 보여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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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글감을 정리하고, 책을 읽고, 카페 주인장과 수다도 떨었습니다.
뭘 할지 몰라 잠시 난감하다고 했지만,
뭘 할지 모르니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어디로 갈지 모를 때는 익숙한 길을 선택하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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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모험 없는 따분한 삶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하다는 이유로 그 길로 가죠.
자신이 그리 선택해놓고 지루하다고 하다니,
인간은 참 까탈스러운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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