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을 따라 구름이 지나갑니다.
햇살은 구름 틈 사이로 삐죽 새어 나와 지나간 길의 궤적을 비추고요.
한여름날의 새벽 기차역은 평소와 달리 북적댑니다.
어디론가 홀가분하게 떠나는 이,
어디론가 가족이나 연인을 데리고 떠나야 한다는 이.
가벼운 발걸음이 됐든 의무의 움직임이 됐든 간에 그들의 옷차림은 가볍습니다.
짐가방 한가득 들고서.
철로는 가야할 곳을 향해 쭉 뻗어 있지만,
기차가 들어오는 길을 보니 구불구불하게 이어져있습니다.
시선은 늘 앞을 향해 있었지만,
이렇듯 왔던 길은 구불구불하고 역마다 쉬거나 내리곤 했습니다.
똑바로 앞만 보며 살아왔다고 해도 샛길로 가거나,
혹은 새로운 길을 찾아 아예 가던 길을 바꾸곤 합니다.
그게 인생이라면서요.
어제 카페에 갔습니다.
주인장의 한숨소리,
나의 한숨소리.
서로 말은 안 하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습니다.
조용한 카페는 금세 한숨소리 가득합니다.
카페 바깥을 내다 보니 애처로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모서리에 붙은 테이프가 떨어져 나간 전단지가 아슬아슬하게 가로등에 매달려 있습니다.
언제 찢겨 나갈지 모를 전단지가 잠시 바람이 멈추면 헐떡대지 않고 고개를 숙입니다.
가쁜 숨을 내쉬다가 잠시 평온을 가지듯.
창밖의 풍경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봅니다.
왠지 내 신세가 저런 게 아닐까 싶어서요.
철길을 바라보며 헛된 희망보다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구불구불한 길을 떠올립니다.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벌써부터 김칫국물을 들이킬 이유도 없죠.
“재미있게 살자.”
한 선배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 재미가 자극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겠죠.
더불어 사는 재미를 뜻할 테죠.
구불구불한 길도 길이니 걸어가자며 손을 내밀고 맞잡는 재미.
이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란 것도 압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임을 되뇝니다.
아직 꿈을 헤매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