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스며든 햇살을 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수줍게 스며든 햇살은 반갑더라고요.
카페 안이 시원해서일까요.
아니면 읽던 책 때문에 얼어붙은 가슴을 녹이고 싶어서일까요.
뜨거운 햇살 아래를 걷는 것만큼이나 답답한 이야기입니다.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
여전히 그 아픔이 사라지지 않은 이야기.
참혹한 현실을 다룬 이야기인 터라 관련한 소설이나 영화마저도 볼 수 없는.
요즘은 영화를 보더라도 주인공보다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인물들이 궁금합니다.
전쟁이나 역사를 다룬 영화를 보면 더욱 이름 모를 개인의 이야기가 알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아품을 조금이라도 엿보게 될 때,
가슴은 심하게 뛰곤 합니다.
연민과 동정을 떠올릴 새도 없습니다.
무력한 개인과 거대한 권력의 횡포.
지금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 공포가 두려울 뿐입니다.
한쪽에서는 평화의 제전이 열리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전쟁의 기운이 감돕니다.
이 아이러니조차 이상하지 않을 세상입니다.
비현실적인 현실이 벌어지는 세상.
한여름의 판타지는 악몽으로 끝나려 합니다.
불과 수십 년 전에는 아무런 경계가 없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종교가, 인종이, 민족이 다르다고 해서 칼을 들이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조금만 달라도 날선 혓바닥이 언제 비수가 될지 모를 세상입니다.
손을 맞잡을 수 없는 절대적 경계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애초부터 있던 게 아니었던 증오는 왜 생겼을까요?
연대의 희망은 갈가리 찢겨 나가고,
분노의 절망은 두텁게 쌓입니다.
그저 고통 없는 세상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픔 없는 주사가 없듯이 말이죠.
그런데도 소박하게 꿈꿉니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면 세상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얼마 전 만난 이주민과 의사처럼 묵묵히 제 길을 걷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들이 걸어간 만큼 세상이 바뀔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