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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Nov 12. 2024

달을 품은 것일까, 달에 안긴 것일까

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손톱달이 눈앞에 바짝 다가왔습니다.

사진으로 찍으니 조그마한 손톱에 불과합니다만.

커다란 보름달이 눈에 꽉 찬 것 못지않게 손톱달은 눈앞에 떠 있습니다.

가던 걸음 멈추고 바라보니 어째 손톱달이 점점 작아집니다.


세상과 풍경을 바라볼 때,

마치 내 가슴에 이 모든 것을 품은 듯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품은 게 아니라 되려 그 풍경의 미미한 존재일 뿐인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달을 품은 것인지,

내가 달에 안긴 것인지 이제는 헷갈립니다.


주체로서의 나는 이 세상의 주인인 듯합니다.

한 번 살다가 떠날 인생의 주인이니 오죽하겠습니까.

모든 일을 바라보고 판단할 때 내가 주인일 수밖에 없겠죠.

그 주인이라는 게 곧 오만과 독선의 고집을 뜻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이 세상에 나란 존재는 유일하다는 것을 각성하는 게 참 어렵습니다.

주관과 오만의 경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니까요.


“작가님은 이렇게 시끄럽고 엉망인 세상에서 뭐가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카페 주인장은 세상이 엉망진창이라고 분통을 터뜨리더니 곧장 이렇게 물었습니다.

참 어려운 질문이죠.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건 ‘연대’였습니다.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고,

타인의 관점을 공감할 수 있고,

서로의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내가 사람을 품은 게 아니라 그들에게 안긴 것임을 깨달을 때,

이 세상은 의견이 달라도 증오하지는 않겠죠.

다투고 싸우는 게 인간의 삶이고,

논쟁하고 떠드는 게 민주주의입니다.

시끄러운 게 문제는 아니죠.

시끄러워야 되고, 그 시끌벅적한 가운데에서 답을 함께 찾는 것이죠.

밤하늘에 떠 있는 손톱달을 품지 말고,

내가 저 달에 안긴 채 겸허를 떠올립니다.

겸허할 때 연대가 가능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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