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들어오는데 달은 보이지 않고

by 글담


오전에 카페에 와서 보니 주말이라 크로와상이 없네요.

잠시 점심을 먹으려 밖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오자마자 시원한 에이드를 외칩니다.

오전에 마신 커피가 남아도 이 날씨에는…

이제 잠이 솔솔 옵니다.

카페 진상은 슬슬 잘 구석을 찾습니다.

“내가 다닌 카페 중에 여기가 가장 자기가 좋아요. 저 자리가 천국이죠.”

“가서 주무세요.”

주인장은 무심히 자라고 말합니다.

민망하게시리.

손님이 없으니 자기 좋은 것 아니냐고 묻지만,

그건 아니랍니다.

테이블의 미묘한 높이와 의자의 각도와 안락함,

공간이 주는 평온함이 어우러진 결과죠.

주인장이 그걸 모르다니.

하기야 이런 건 진상이 더 잘아는 법이죠.

한가로이 카페에 홀로 있으니 간밤의 일이 떠오르네요.

밤이 이슥한 가운데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다가 바라보니

방 한쪽 모서리로 은은한 달빛이 새어 들어옵니다.

고개 들어 바깥을 봤는데, 달은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바깥에 나가 달을 찾아보려 했지만,

구름에 가린 달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디서 온 달빛일까요.

뜨거운 더위 때문에 햇살도 강렬하리라 여겼지만,

해는 뿌연 모습으로 빛만을 뿌릴 뿐입니다.

빛의 실체는 보이지 않고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하는

이 순간이 보이지 않는 운명의 손에 이끌려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 아닐까요.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주변의 광경에 넋을 놓고,

무엇이 넋을 빼앗는지 모르면서도 멍하니 앉아 있는.

한여름 대낮의 햇살이 그렇고,

한여름 한밤의 달빛이 나를 멍하게 만듭니다.

생기 때위는 없고 청량함도 찾기 힘들지만 이런 게 여름이지 하고 엉덩이를 쭉 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