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지고

by 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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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는데,

금세 빗물은 말라버리고 하늘과 땅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 뜨겁기만 합니다.

어젯밤 산들바람이 불던 카페 루프탑의 풍경이 벌써 그립네요.

그래서 오늘도 혹시나 하는 기대로 또 이곳을 찾았습니다.

마침 우연찮게도 즐겨 다니던 단골 카페들이 휴가 중이기도 하고요.

종일 이곳에서 더위를 식히며 글 쓰고 책 읽을 요량으로 버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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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더위와 불볕 더위를 구분할 줄 몰랐어요.”

무더위는 물과 더위를 합친 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습한 더위라는 말이죠.

그런데 뜨거운 더위에도 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경우가 많죠.

글쟁이가 이런 게 헷갈리다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이럴 때는 불볕 더위라는 말을 써야 하는데 말이죠.

오늘은 어째 불볕 더위로 시작해서 무더위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뜨거운 더위가 한바탕 소나기가 퍼부어진 뒤에 습한 무더위로 이어집니다.

소나기가 더위를 식히기는커녕 증기탕의 증기를 길거리에 뿌리는 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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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곁에 놓인 의자의 빈자리가 비어 있는 걸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그리운 누군가를 앉혀 봅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를 앉혀 놓고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아니, 수다를 떨지 않아도 좋을 듯합니다.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 반가운 마음이 들어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빈자리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다니,

아마도 더위 먹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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