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진이 다 빠진 날이죠.
이런 날은 그저 멍때리고 싶답니다.
끙끙 댄다고 글이 써지는 것도 읽히는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죠.
멍때려야죠.
금계국이 참 노랗습니다.
멍때리며 그 노란색으로 빠져듭니다.
노랑 코스모스일까, 금계국일까 늘 헷갈리지만,
그저 노란 꽃이라 부르며 그 색깔에 하염없이 파묻힙니다.
그런데 샛노란 색을 자연의 색만큼이나 보이는 게 참 힘들 듯합니다.
기술이 발달하여 자연의 색 그대로 구현한다는 모니터 광고가 떠오르네요.
하지만 그 선명함보다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느낀 색을 표현하려고 고민하는 화가가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화가의 고민과 그 붓칠이 드러내는 노란색이 끌립니다.
매끈한 화면에 비치는 색깔보다
거친 붓칠의 색이 주는 것은 관념의 색이겠지요.
색깔이 주는 의미는 화가의 마음에 달려 있을 테고,
또 그림을 보는 자의 마음에 달려 있을 겁니다.
오늘은 사진으로 보는 노란 꽃만큼이나
마음을 흔들어줄 그림 속 꽃을 상상해봅니다.
아, 이럴 때는 글쟁이보다 그림쟁이가 참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