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by 글담



한밤중에 산책에 나섰습니다.

고즈넉한 늦여름과 가을의 만남을 만끽하려 했다기보다

무거워진 몸을 가볍게 하려는 몸부림입니다.

비가 오락가락 내리다 말다 하니 공원에는 오가는 사람이 드뭅니다.

한가로이 발걸음을 옮기기에 좋은 밤입니다.


공원에 들어서면서 은근히 기대를 한 게 있었습니다.

장미 공원에 장미가 있을까.

장미의 계절이 지났는데

장미는 자기 터전을 지키고 있을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중이라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곳곳에 하얀 장미, 붉은 장미, 분홍 장미가 피어 있네요.

반가웠습니다.

애잔했습니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던 나를 탓하는 듯 눈물을 머금은 장미.

반갑고 애잔할 수밖에요.


꽃을 보면,

아름다운 얼굴을 눈에 담고 사진에 담으려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뒷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가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계절이

시간이

이제 장미가 떠나야 할 때가 되어서일까요.

비 그친 공원의 장미는 뒷모습으로 흐느끼는 중입니다.

연민을 품게 하는 장미의 뒷모습으로 겹쳐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무수히 인연을 떠나 보내면서도 뒷모습조차 외면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뒤돌아서서 가버리는 모습을

굳이 보지 않으려

굳이 보이지 않으려

서로가 외면했던 인연의 단절이 아쉬운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