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을 위한 공연

by 글담



가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단 한 명을 두고 공연을 하는 상상.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번씩 보는 클리셰라 할 수 있죠.

흔하고 상투적이라 해도 그만큼 그림을 살리고 감정을 돋우니 그렇게 써먹을 테죠.

오늘,

단골 카페에 들르니 이 상상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토요일 늦은 오후마다 어쿠스틱 공연을 한다네요.

그런데 듣는 이가 한 명뿐이었습니다.

궂긴 날씨와

지독한 역병 탓인지

카페는 한가합니다.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웃고 즐기며 공연을 하는데,

어째 그 관객은 책을 펼쳐 놓고 열심히 공부하는 중입니다.

이 기묘한 광경도 참 재미있습니다.

서로가 자기 역할에 충실합니다.

공간에 노래가 떠다니고,

구석진 곳에서는 열정이 피어 오릅니다.

비가 간간히 내리는 토요일 늦은 오후의 카페 안 정경입니다.


주말 늦은 오후에는 공부를 하고 글을 쓰는 것보다

가끔은 이렇게 타인의 열정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상상도 한번 해보고요.

내가 저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한다는 상상을 즐기곤 합니다.

사실 예전에 이런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는 걸 눈치챘는지

밴드에서 공연할 때 한 곡 정도 기타로 참여시켜줬습니다.

음,

맞습니다.

꿈을 이룬 셈이죠.

어설픈 연주에 얼굴은 화끈거렸지만,

꿈을 이루었으니 그 정도 부끄러움이야...

오늘도 그때의 민망한 기억과 꿈을 이뤘다는 홀가분을 섞어서 추억의 칵테일을 만들어봅니다.

한 잔 들이켜고 글을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