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
눅눅한 공기를 뚫고 단골 카페로 출근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뒤에 주인장과 씁쓸하게 웃습니다.
“오늘 손님이 없겠네요.”
“오늘 무척이나 조용할 겁니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원고 쓸 노트북과 읽을 책을 꺼냅니다.
눅눅하게 가라앉아 슴슴한 평양냉면을 먹은 듯한 기분도 커피 한 잔으로 달래고,
타닥타닥 글을 씁니다.
그러자 손님들이 하나둘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어라, 이게 좋은 건가 아닌 건가 하며 마스크를 슬며시 올립니다.
평소 비 오는 날과는 달리 손님들이 자꾸 들어오자,
밥도 먹어야 하니 짐을 쌉니다.
주인장에게는 좋은 날,
나에게는 애매한 날이 되어 버린 비 오는 날입니다.
또 다른 단골 카페로 옮겨야겠습니다.
이런 날이면 이소라의 노래를 들려주는 카페로 말이죠.
마스크에 가려 지치고 힘든 나날이지만,
비 오는 날에 비를 보며 쓸쓸하게 웃음 짓는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서로의 미소를 확인하며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스크에 가려진 미소가 고립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스크에 가려진 눈물이 고독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 오는 날에 조용히 수다를 떨며 카페이든 골목길이든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옮긴 카페는 빗소리만 요란합니다.
빗물 고이 받아 눈물로 머금은 화초는 몸을 떱니다.
빈 자리는 비어 있는 채로,
빈 공간은 음악으로만 채워집니다.
이때다 싶어 매니저에게 부탁합니다.
“오늘은 비 오는 날을 테마로 노래 좀…”
나 홀로 손님이니 흔쾌히 음악을 바꿔줍니다.
이제 카페 안에도 비가 주룩주룩 옵니다.
글을 쓸 때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그런 카페를 찾는데 많은 시간과 발품을 팔아야 했지요.
오늘은 이곳에서 죽치고 있어야겠습니다.
비 오는 날 빗소리와 함께 비 내리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게다가 음악까지.
따뜻한 커피 한 잔이면 이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행운입니다.
오늘은,
진상 브아이피 골든 멤버로서 제 존재를 드러내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