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아직 그 자리에 있을까요?

by 글담



문득 장미가 궁금해졌습니다.

며칠 전, 장미의 계절이 지났는데 아직 피어 있을까 하며 찾았던 공원을 다시 갔습니다.

그때 만났던 그 장미가 보고 싶었습니다.

계절이 지나면 조용히 메말라갈 장미가 난데없는 비바람에 제 운명을 빨리 마감했을까 싶어서요.


세찬 바람과 굵은 빗줄기가 휩쓸고 간 공원은 고요합니다.

정자에서 수다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드시던 어르신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비에 젖어 처마밑을 찾을 고양이도 그림자조차 눈에 띄지 않네요.

다행히도 장미는 그 자리에 새초롬 눈물 머금은 채 기다렸습니다.

그때 찍은 장미와 함께 봤던 붉은 장미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많은 장미가 덧없이 지고 없어졌는데,

얼마 전 눈에 담은 장미는 사라지는 무리들을 애도하며 그곳에 서 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모질고 굿긴 날씨에도 한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어서요.

부러웠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존재해서요.

그러고 보니 몇몇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한결 같은 모습,

한결 같은 향기,

한결 같은 삶.

장미가 머금은 눈물만큼이나 애썼을 시간을 보냈을 텐데,

늘 그곳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존재하는 반가운 이들.

오늘 그들에게 어설픈 투정이나 부려볼까 합니다.

연락처를 뒤적이니 벌써부터 웃음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