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에 틀어 박혀 글을 쓰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차츰 쌓이는 화가 머리끝을 향할 무렵,
갑자기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며칠이 지나 한아름 택배 상자가 오고,
그 안에는 커다란 카메라와 렌즈가 담겨 있었죠.
가뜩이나 노트북과 책을 넣어 다니느라 가방이 무거운데,
그때부터 카메라 가방까지 들고 다녀야 하니 어깨는 한없이 주저앉아버렸습니다.
그래도 내 눈에 내 마음에 담을 피사체를 렌즈로 바라보고,
사진과 일상을 엮어 글감으로 삼아 끄적끄적 글을 써대곤 했죠.
하지만 게으른 천성은 좀 더 가벼운 스마트폰을 찾게 하더군요.
그렇게 카메라는 가방 안에 들어가 고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밴드 공연 때나 꺼내들던 카메라를 모처럼 가져 나왔습니다.
단 한 장이라도 집중을 하고 뭔가를 찍고 싶었습니다.
게으른 주인을 만난 카메라에 모처럼 불빛이 들어옵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벽에 기댄 듯 갸날프게 뻗어 있는 올리브 가지가 마치 붓칠을 한 듯 보입니다.
카페 안에서 이리저리 옮기다가 제자리를 잡은 올리브 나무입니다.
뭔가를 넋 놓고 바라볼 때가 있잖아요.
오늘이 그랬습니다.
한참을, 조용히, 귀를 막은 채 올리브를 바라봅니다.
그렇게 마음의 고요를 찾습니다.
단 한 장의 사진만 찍고,
단 하나의 글을 남기고,
단 한 곡의 노래를 들으며 글을 잠시 덮습니다.
어쩔 수 없는 순간입니다.
글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이 순간만큼은 고요해야 합니다.
어쭙잖게 폼을 잡는 게 아닙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그 순간이 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왜 배가 고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