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희롱을 반기는 토요일 오후

by 글담



주말 토요일 느지막이 도착한 카페에서는 보컬의 노래가 흘러 나옵니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소소한 라이브 공연입니다.

주인장은 키보드를 연주하고,

보컬은 미니 건반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릅니다.

몇 안 되는 손님들의 수다와 보컬의 노래가 한데 어우러져 금세 공간의 밀도가 바뀝니다.


공연이라고 하지만,

격식 따위 따지지 않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아니 노래를 부릅니다.

원고 마감을 하려 이것저것 펼쳐 놓은 것만큼이나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딱히 작업실이 따로 없는 터라 카페를 일터로 삼아 나오는데,

오늘은 유달리 아무것도 하기가 싫네요.

며칠을 끙끙 앓던 초고에 몸과 마음이 지쳤나 봅니다.

이럴 때는 맥주 한 모금과 치킨, 그리고 영화 한 편이 필요한데 뭐하나 싶네요.


글모임을 할 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글 쓸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가지라고요.

쉬는 것도 마찬가지겠죠.

어울려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도 좋겠지만,

혼자서 몸과 마음을 완전히 풀어 헤쳐 무방비로 있으면 좋으련만.

가끔 책마저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시트콤을 틀어놓고 낄낄 대며 웃음 밑에 숨어 있는 희로애락의 줄기를 찾습니다.

오늘은 카페에 왔으니 일이 아니라 나들이라 여기렵니다.

정돈되지 않는 마음을 그대로 놔두는 방종으로 쉬려 합니다.

그런데 왜 노트북은 펴놓은 채 주저하고 있을까요?

보컬의 테이블에 놓인 라떼 한 잔에 유독 눈길이 갑니다.

정신을 차리고 싶은 건지,

달달하면서 쓴 커피의 희롱을 즐기려는 건지 알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