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일까 헤어짐일까

by 글담



낯선 유럽을 여행할 때였습니다.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다다른 기차역,

북적대는 사람들 머리 위에 우뚝 선 동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혹시라도 타야 할 기차를 놓칠까 봐 마음을 졸이던 소심한 여행자는 동상에서 눈길을 거두지 못합니다.

시계와 기차와 시간표를 번갈아 보다가 둘의 포옹을 유심히 살핍니다.


두 남녀의 포옹은 이별의 안타까운 인사일까요?

아니면 다시 만난 반가움에 나누는 격정의 반김일까요.

만남일지 헤어짐일지 모를 둘의 포옹은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작품이 만들어지면,

그 존재 이유는 보는 이의 몫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당시 나는 둘의 포옹을 보고 만남을 떠올렸을까요, 이별을 반추했을까요?

문득 찾아온 기억의 순간마다 감정은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만남과 이별,

기쁨과 고통,

모호함과 선명함.

서로 다른 감정의 간극을 오가며 어찌 해석할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합니다.


“너는 저 포옹이 뭐라고 생각하냐?”

함께 여행을 간 후배에게 물음을 던졌는데,

그의 대답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만남이든 헤어짐이든 두 남녀의 격렬한 감정에 빠져들면서 던진 혼잣말이었겠죠.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났을지 모를 드라마를 써보기도 합니다.

어쨌든 기차역에 어울릴 만한 포옹입니다.

만남과 이별이 온종일 벌어지는 그곳에서 포옹은 가장 어울리는 행위일 테니까요.

그저 둘이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가 다시 만난 것이기를 바랍니다.

해피엔딩 이야기에 길들여진 것이라 해도,

먼곳까지 와서 불행을 떠올리기는 싫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