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살던 곳을 벗어나 낯선 곳을 찾습니다.
홀로 나선 마실이니 부담도 없습니다.
만날 사람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나들이이니까요.
그렇게 작은 도시나 마을을 찾아 동네 카페에 들르곤 합니다.
운이 좋으면 직접 콩을 볶아 내놓는 커피를 마실 수 있죠.
주인장의 취향과 손길로 꾸민 공간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맛과 향을 즐깁니다.
산에 머물지 못한 사슴은 산을 바라보지 못하고 서로만 쳐다봅니다.
애틋한 눈길일까요.
알 수 없죠.
그저 외로우니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수도.
혹은 서로 보라고 자리를 잡아 놓았으니 그저 보는 것뿐이라고.
그러고 보니 인연이라 생각한 관계도 그런 듯합니다.
나의 의지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한 울타리 안에 놓여 있을 뿐이라고 말이죠.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고 해서 마음이 오가는 건 아닌가 봅니다.
그저 오랜 시간 지켜보고만 있었던 게 아닌가 싶네요.
낯설어서 편한 것은 비단 장소나 풍경만이 아니지요.
사람도 낯설어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거리 두기가 비단 역병 때문만이 아닌 관계에서도 유행하는 건 아닌지.
금요일 늦은 오후,
가을의 저녁이 먹구름으로 다가옵니다.
사슴의 얼굴도
나의 눈빛도
차츰 어두워집니다.
잠이 오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