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마다 피는 꽃

by 글담



밤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굳이 가을밤이라 노래하지 않아도 세상은 가을로 바뀌었습니다.

바람도 꽃도 사람들의 옷도

가을은 이미 여름을 지난 세월로 밀어냅니다.


“허잇차! 가자! 영차! 하나! 허잇차! 가자! 영차! 둘!”

고요한 가을밤을 가르는 구호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한 할아버지가 얕은 오르막길을 자전거로 오르는 중입니다.

헛웃음이 나오다가 문득 부러웠습니다.

며칠 침대와 한몸이 되어 글을 쓰는 둥 마는 둥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마음의 병이 도진 바람에 의기소침했거든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영차!를 외치며 웃으니 부러울 수밖에요.

힘들어도 나는야 간다, 내 길을.

마치 이러는 듯해서요.


나를 옭아매는 감정의 끈이 느슨한 틈을 타서 밖으로 나오니 좋습니다.

고요한 밤에 사부작거리는 몸놀림을 즐기며 꽃 구경도 실컷 합니다.

아직도 장미가 피었네, 하며 사진도 찍고,

이름 모를 꽃을 한참이나 들여다 보며 영롱한 자태를 글로 옮기려 애도 써봅니다.

그러다가 일일초를 만났습니다.

일일초라니,

하루 동안 피는 꽃이라지만 실제로는 여러 날에 피어 있는 꽃.


하루만 피는 꽃이라면,

그 하루 동안 생명의 탄생과 절정, 그리고 소멸을 겪어야 하니 얼마나 치열할까요.

그래서인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나 봅니다.

삶이 이토록 단순하며 강렬하다면 어떨까요?

불꽃 같은 삶일까요?

아니면 우직하게 자기 삶을 벼리는 나날일까요.

알 수 없지만,

아름다운 모습보다 향기를 풍기는 꽃의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너무 향기 없는 삶을 사는 게 아닌가 싶네요.

가을이라서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