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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Nov 15. 2022

128_ 효도, 돈으로만 하는 거 아니다.

+ 30대 노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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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오는 안부 전화로도 모자라 주말에도 부모님 얼굴 한 번 더 보겠다며 집에 오자식 얘기를 할 때마다 함박웃음 지으시는 이웃 아주머니와 독립한 지 7년 넘은 아들에게 받은 문자 한 통에 하루 종일 기분 좋으신 부모님을 보면서 효도가 돈으로만 하는 건 아니구나를 알게 된다.


자식이 건네는 조그마한 관심과 따끈한 사랑에 부모가 느끼는 행복은 내게도 쉬이 전해질만큼 크고 확실하다. 해서 그걸 느낄 때마다 돈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효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게 된다.


“부모님께 돈 많이 벌어서 효도할 생각 말고 지금 전화 한 통이라도 드려!”


효도라는 말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지겹도록 듣는 말이다.

울 어머니 젊을 때부터 하던 얘기가 지금도 여전한 이유는 아마도 바쁜 하루에 남의 SNS는 10분 들여다보면서 부모님께는 문자 1통 넣지 않는 우리네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다. 늘상 여행 1번 못 보내드려서, 차 하나 사드리고 싶은데 능력이 안 돼서, 좋은 집에 살면서 호강시켜드리고 싶은데 택도 없어서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 때문이라는 변명을 늘어놓고서. 


내가 돈 잘~ 벌어서 시원~하게 부모님께 돈 쓰고 싶은 그 심정은 나도 매한가지라, 생활이 쪼들려서 끙끙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불효 같아 연락하면 요즘 괜찮다, 잘 지낸다는 빈말만 연신 하게 되니 자주 뵙기는커녕 문자 1통도 꺼려지는 그 마음, 나라고 왜 모를까. 


근데 나이 드신 부모님 곁에 오래 머물면서 돈이 없든, 있든 행동으로 하는 효도를 자주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진해진다. 어릴 꼭 단단한 나무 같았던 부모님이 지금은 손으로 톡 치면 휘청 흔들릴 듯하고 세게 누르면 망가질 거 같은 야들야들한 도토리묵 같아서다.


도토리묵이 정성을 들이면 좀 단단해지고 아주 반질반질 윤이 난다. 부모님께 두 분의 존재가 내게 여전히 중요하다는 걸 상기시켜드리고 사랑 표현 듬뿍 드릴 때마다 아버지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어머니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거기다 아이를 돌보듯이 균형 맞춘 식사 제때 챙겨드리고 빨래며 청소, 장보기 등 집안일 싹 해드리면 금방 살이 오르고 건강해지기까지 한다.


다 큰 우리도 여전히 관심과 사랑, 인정, 응원이 필요하듯이 부모님에게도 그런 것들이 필요한 것이다. 하여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살뜰히 챙겨드리고, 같이 재밌는 얘기 하면서 깔깔 웃으며 지내는  큰 효도가 된다. 꼭 돈을 드려야만 하는 게 아니라.


이전에 나는 왜 돈 벌어서 효도하겠다는 생각만 가졌을까?

거기에 대해 지금에서의문을 갖는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효도는 귀찮아서였을까? 아니면 그런 살가움을 부리는  불편했나?? 그것도 아니면 20년 넘게 같이 살면서 쌓인 미움과 원망 때문인가?? 여러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역시나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드리는 게 제일 편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리고 주변에서 자식이 행동으로 효도 잘하면 ‘우리 착한 딸, 아들은 언제 돈으로 효도하나~’바라시고, 전화 1통 안 는 자식이 돈 좀 넉넉히 드리 ‘돈 주는 게 최고 효도지!’ 큰소리치는 어른들의 모습을 적잖이 봐온 것도 그 이유에 크게 한몫하지 싶다. 자식 돈 받을 때 가장 큰 함박웃음 지으시는 어른들을 볼 때마다 역시 돈이 최고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니 효도는 뭐가 정답이다 딱 하나를 말할  다.

그래도 뭐로든 사랑을 표현하고 주고받는 건 행복한 일임이 틀림없으니까, 부모님께 드릴  없다고 연락조차 뜸하지 말고 안부 전화나 식사 챙겨드리기, 데이트 등 행동으로 효도해야 한다.


부모가 노쇠해지그 시기에 자식들이 최고 힘이 쎈 30~40대를 맞이하는 건 약해진 부모를 도우라고 자연이 만들어낸 이치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드는 요즘. “감기 조심하세요” 한마디에 좋아하시고 “며칠 뒤에 뵈러 갈게요” 하면 그때부터 그날만 기다리시는 부모님께 오늘 연락 한 번 드리고 이번 주에 밥 한 끼 같이 하는 건 어떨까?  


물론, 나도 이런 생각 가득하다가도 몸이 피곤한 날에는 아버지께 퉁명스럽게 굴고 어머니께 틱틱거리지만 말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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