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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Dec 12. 2023

우리가 닮았다고?

과연 누가 더 기분이 나쁠까?

* 노래를 들으며 읽어주세요!

https://youtu.be/e3TkqTC3AO8?si=FR0VDnM64VVz4fkQ


"둘이 남매예요? 닮았어요"


떡볶이를 주시면서 사장님이 나와 구쓰를 보더니 살갑게 말을 건네신다. 우리는 눈은 웃지만 일자 입으로 말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생김새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닮은 구석이 정말 하나도 없다.


진한 쌍꺼풀의 큰 눈, 미국코, 도톰한 입술, 넓은 이마의 구쓰와 작은 눈, 낮은 코, 보통입술, 좁은 이마의 나는 정반대라고 할 만큼 닮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夫妻臉 부부 얼굴

대만에서는 얼굴이 닮거나 비슷한 분위기의 커플에게 부부의 얼굴이 있다고 말을 한다. 부부의 연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닮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인데 대만친구들도 종종 우리를 보고 夫妻臉(부부얼굴)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저렇게 명확한 단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부부가 오랜 세월 함께 하다 보면 얼굴이 자연스럽게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우리가 언제부터 저런 이야기를 들었지?'


생각해 보면 사귄 지 1년도 안되었을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보통친구였을 때도 다른 듯하면서 죽이 잘 맞는 느낌 때문에 알 수 없는 끌림이 느껴졌던 게 아닐까 싶다. 단순하고 융통성 있는 행동파에 사회성 좋은 구쓰와 섬세하고 고지식자체에 감성충만한 나는 아무리 오랜 기간 사귀어도 가끔 어이없는 허탈한 웃음이 나올 때가 있는데 그냥 우리 둘이 사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 감각이 있어서 그렇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연애 초반 정말 치열하게 싸우며 지냈고 사실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어서 어떻게 이렇게나 다른 우리가 만나게 되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현명한 연애를 하고 싶지만 현실은...ㅋㅋㅋ 하지만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다고 현명한 연애를 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연애라고 하는 것이 둘이 만나서 하나의 방향을 보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는 지금의 이 과정을 반드시 겪어야만 한다고 미래의 성숙한 내가 현재의 나에게 이야기해본다 ^_^


왜 구쓰여야만 할까?

둘이서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구쓰와 혹시라도 헤어지게 된다면 남자친구를 잃는 게 아니라 제일 친한 친구를 잃는 기분이 들어서 많이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초반에 사귀면서도 저 구석 아래에 두려움이 항상 존재했었다.


두려움, 서툶, 아집, 욕심, 집착, 무지


우리를 그리고 나를 끊임없이 방해하는 것들이었다.

구쓰를 만나면서 연애뿐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과 세계를 알게 되었다. 예전에 결혼한 지인분이 연애를 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결혼을 하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리며 육아를 하면 엄청난 세계가 열린다고 하셨는데 그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이런 여정에 알게 된 감각들, 생각들을 하나하나 기억을 더듬어 가며 풀어보려고 한다.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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