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뚝섬역 '로우커피스탠드' 라떼 마시기
2 '공간 와디즈' 구경하기
3 '더페이지갤러리' 관람하기
뚝섬역 성수동 거리의 평일 오후 사람들
헐렁한 맨투맨에 헐렁한 바지 내추럴한 머리에 헤드폰을 쓴 모습
동네 주민 같으면서도 신경을 전혀 안 쓴 건 아닌 것 같은 모습들
백팩을 메고 수험생 같으면서도 패셔너블한 모습의 사람들
이곳은 왠지 조금은 색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다
성수동에 와서 처음 마신 커피는 ‘로우커피스탠드’
요즘 같은 물가에 2,500원에 라떼를 마실 수 있다니 궁금해지는 커피집이었다
뚝섬역 7번 출구에 내리면 바로 앞에 있대서 금방 찾을 줄 알았는데
카카오지도를 열어 보니 으응? 이미 지나쳤다고?
7번 출구 앞 '삐딱'이라는 삐딱하게 생긴 가게 안쪽 작은 골목길에 보일 듯 말 듯 커피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앉아서 이야기 나눌 자리 하나 없지만
왠지 맞은편 가게에 마련된 벤치에 잠깐 앉아도 될 것 같은 느낌에
사람들은 주춤주춤 잠시 그곳에 앉아 잠깐의 커피타임을 가졌다
내 뒤에 주문한 사람들은 중년의 남성 두 분이었는데
묘하게도 그들에게 이 커피집이 잘 어울려 보였고 자연스럽게 앞 가게 벤치는 그들의 차지가 되었다
나는 쭈뼛쭈뼛 어색함에 서성이다 그 자리에 서서 잠시 커피타임을 가졌다
맛도 부드럽고 부담이나 이질감이 없는 고소한 카페라테 맛이었다
나는 다음 목적지를 걸어가는 동안 거리를 카페 삼아 남은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성수동 거리엔 쓰레기통이 별로 없다
다 마신 커피컵은 어디다 버리지..?
버릴 곳을 못 찾고 결국 돌아다니는 내내 빈 컵을 들고 다녔다
성수동은 2-30년간 카센터를 해오신 우리 아버지의 일터 같으면서도 곳곳에서 청년들이 힙을 뽐내는 매력적인 동네이다
라고 생각하며 컵 버릴 쓰레기통을 찾아보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찾진 못했다
두 번째 목적지인 ‘공간 와디즈’
공간 와디즈는 빈티지한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재밌는 공간이다 인스타감성으로 사진 찍기 딱 좋은 곳
아니나 다를까 근처에 다와가니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건물 앞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레트로한 건물 외관이 눈을 사로잡았다
문을 열고 공간에 들어서니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빈티지한 겉모습과 달리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디피되어 있었다
나는 펀딩 될, 펀딩 된 제품들을 이것저것 구경하며
아이디어는 거창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세밀하고 섬세한 곳에서 발전시켜가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와디즈를 구경하고 나와서 다음 목적지를 찾아가려는데
여기 성수동 길은 네 갈래 다섯 갈래 길들이 참 많다
길이 헷갈려서 어쩌다 보니 한 바퀴 돌고 말았는데
그 와중에 이런 힙한 동네에 어린이들이 하원하는 모습도 자주 보이는 게 인상 깊었다
공사 중인 곳과 새 단장을 한 헌 공간,
통째로 부수고 새로 짓고 있는 건물들까지
다양한 공간들이 규칙 없이 모여있는 곳,
성수동은 공존의 공간이라 이름 붙이고 싶어졌다
세 번째 목적지인 '더페이지갤러리'는
서울숲 앞에 있는 갤러리아 포레 지하에 있다
아쉽게도 오늘은 전시가 없어서 관람하지 못했다
뱅크시 전시는 진행 중이었는데 너무 난해하고 적나라하다는 블로그 글을 본 상태에서
20,000원이라는 티켓값을 보고는 관람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집에 돌아가는 길,
버스 안에서 오늘 만난 성수동을 다시 회상해 보았다
성수동은 트렌드가 물결처럼 ‘흐르고 있는’ 동네 같았다
낡은 건물과 빌라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으면서도
디타워나 갤러리아 포레 같이 현대식 건물들이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고,
코로나 시국에도 임대 문의 현수막 하나 보이지 않은 채 오히려 곳곳에서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인,
힙하고 힘 있는 동네 같았다
왜 성수동 성수동 하는지 알 것 같은데
동네가 뜰수록 땅값이 비싸지고 더 많은 곳들이 새 건물로 탈바꿈 되지는 않으려나..?
현재로서는 힙한 매력이 가득해 허름한 지하철 고가도로 하나도 힙하게 보이는 동네이다
이곳은 영감과 자극을 줄만한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동네 같다
옛것과 새것이 자유롭게 공존하는 동네,
기회가 되면 이런 동네에 한번 살아보고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