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안국동 북촌 거리
북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 한옥마을의 고즈넉함, 고요함과 정숙함, 이런 것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한국 전통의 멋이 살아있는 곳, 그 분위기 또한 차분하고 평온할 것 같은 동네
오늘은 그 차분함과 여유로움을 느끼고자 안국동을 향했다
그저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여유로워질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그런데 웬걸,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안쪽 골목길로 들어섰을 때,
갑작스럽게 붐비는 많은 사람들 틈에 당황하고 말았다
저마다의 사원증을 걸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직장인들과
놀러 온 듯 한껏 꾸미고 나온 젊은 청년들과
여기저기 리모델링에 도로공사에 정신없이 일하시는 작업자분들까지
북촌 골목길을 한가로이 거닐고 싶었던 기대와 달리
골목골목마다 사람들이 가득했고
무언가 동네의 정취를 느끼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종로의 인기가 전보다 더많아졌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북적이는 사람들과 빽빽한 차들,
도심의 바쁜 일상이 느껴지는 가운데
발걸음을 옮겨 '서울공예박물관'을 향했다
두 번째로 들른 곳은 '서울공예박물관'
박물관에 도착하니 기대했던 안국동의 정취가 설렘이 다시 느껴지는 듯했다
옛 풍문여고를 개조하여 만들어진 멋스러운 박물관 앞에 서자
'와' 감탄이 나오고
천천히 구경하고 싶은 여유도 생기고
동네의 아름다움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역시 안국동은 예술의 마을, 아름다운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 안에 이마만큼 한국적이고 세련된 동네가 또 있을까
무게 있는 아름다움과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예박물관 옆 돌담길도 천천히 걸어보았다
이곳은 언제 와도 참 예쁜 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혼자 걸어도 둘이 걸어도 좋을
아름다운 거리,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들과
남녀노소 가림 없이 세련되고 멋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성수동이 낡은 것과 새것의 공존이 느껴지는 동네였다면
여기 안국동은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 멋스럽게 느껴지는 동네이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런던베이글뮤지엄' 카페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최근 가장 핫한 카페 중 한 곳이라고 한다
아침 8시부터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낮에 방문했더니 베이글 빵들은 모두 솔드아웃되고 없었다
나는 아이스 까페라떼를 주문했고 직원분이 친절하게 음료를 건네주셨다
독특한 그림의 컵에 맛있는 카페라떼가 담겨 나왔다
귀엽고 힙하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여자분들이셨고 커플도 드물었다
음악은 펑키한 7-80년대 음악같은 팝이 흘러나왔다
영국 여왕을 그린 그림과 신문기사
낙서같은 글과 그림들이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고
빈티지 가구들과 벽돌 장식, 우디한 창문과 문틀
특히 여기는 그림체가 독특하고 재밌게 생겼다
영국 가정집을 개조해좋은 듯한 분위기가 이국적이고 힙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향은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되는 유행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다만 요즘은 모던한 느낌보다는 유니크하고 빈티지한 감성을 좋아하는 것 같다
유행을 알고 유행에 맞춰 트렌디한 공간에 있으면
나도 유니크하고 힙한 사람이 되는 것 같으니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찾아 소비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트렌디함이란 어디서 만들어지는 것이길래...?
우리는 왜 그것을 좇으려 할까...?
단순한 즐거움일까,
모르면 뒤쳐질거라는 불안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자본주의가 움직이는 흐름인걸까..?
카페 마감 시간에 맞춰
나도 5시에 동네를 나왔다
더 머물고 싶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많이 아쉬웠다
안국동은 자주 오고 싶고 자꾸 머물고 싶은 동네다
숨겨왔던 나의 예술적 감각세포를 깨워주고
친구와 편안히 이야기 나누며 산책할 수 있고
힙한 카페에서 한가한 오후를 즐길 수 있는
동네의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발전해줬으면 좋겠다
안국동은
다른 동네가 따라할 수 없는 고유의 분위기가 있어 더 가치있게 느껴진다
조선의 궁궐들이 자리하고 기품과 무게감 있는 아름다움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한국의 미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명언이 생각나는 곳,
가장 힙하기 적합한 동네가 어쩌면 이곳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