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시 경찰서.
회색빛 건물 앞에서 진남은 한참을 서 있었다.
리원은 그의 옆에 조용히 서 있었고, 진남은 손에 쥔 유리병을 꼭 쥐고 있었다.
그 안엔 해지가 건넸던 초콜릿 사탕이 담겨 있었다.
그는 그것을 품에 안고, 마침내 문을 열었다.
민원실 안, 담당 형사는 진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남 씨… 다시 오셨네요. 그때 진술은 다 끝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진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땐… 제가 다 말하지 못했어요.”
형사는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말씀이시죠?”
진남은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해지… 그 아이는 제 친구였습니다. 놀이터에서 처음 만났고, 그 아이가 저한테 사탕을 건넸어요.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형사는 조용히 메모를 시작했다.
“그날, 사고가 나기 전… 철진이라는 사람이 그 아이를 노렸습니다. 돈을 뜯어내려고 했어요. 처음엔 저한테 시켰지만, 제가 거절했어요.”
형사의 손이 멈췄다.
“철진… 성은?”
“김철진입니다. 동네에서 도박과 사기로 유명했고, 저랑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습니다.”
리원은 조용히 진남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그림 복사본을 꺼내 형사에게 건넸다.
“이 아이가… 해지예요. 그림 속에서 저를 부르고 있었어요. 진남 씨가 그날의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제가 도왔습니다.”
형사는 그림을 바라보다가 다시 진남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날, 철진이라는 사람이 아이를 납치하려 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진남은 고개를 떨구었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어요. 하지만… 제가 봤습니다.
그가 해지를 데리고 나가려 했고, 해지는 도망쳤어요. 놀이터를 벗어나 골목으로,
그리고… 사거리 차도 쪽으로.”
형사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위협으로 인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는… 저를 믿었는데… 제가…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형사는 조용히 메모를 마친 뒤 말했다.
“진술서 다시 작성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철진 씨에 대한 조사도 재개하겠습니다.”
진남은 조용히 유리병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그 아이가 제게 처음 건넸던 사탕입니다. 그 아이의 기억을… 잊지 말아 주세요.” 형사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진남 씨, 용기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찰서를 나서는 길, 진남은 처음으로
어깨가 조금 가벼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리원은 그의 옆에서 말했다.
“이제… 해지가 조금은 편해졌을 거예요.”
진남은 하늘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해지야… 이제 너의 이야기를 세상이 알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