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쿨내 진동' 실수: 난생처음 학원에 가다
국민학교 시절, 나는 전형적인 시골 아이였다. ‘학원’이라는 단어는 TV 속에서나, 도시에서 전학 온 친구들의 입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낯선 단어였고, 어쩌면 ‘부잣집 아이들이나 다니는 곳’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로만 존재했다. 나와는 거리가 먼, 먼 세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 친척 동생이 내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자기는 읍내에 있는 수학 학원에 다닌다는 것이다. 하굣길, 그는 학원에 가야 한다며 버스 정류장까지만 함께 갈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 뜨거운 갈망이 솟아올랐다.
“너무 부럽다. 나도 꼭 저런 곳에 다녀보고 싶다!”
학원은 나에게 미지의 세계이자, 어쩐지 멋져 보이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그 갈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컸다. 그러자 친척 동생이 말했다.
“그럼 언니도 엄마한테 보내달라고 해봐.”
그 말을 들은 나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그런데 그 순간, 마치 하늘이 도운 듯 버스 정류장 앞에서 아빠를 마주쳤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 아빠는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채 얼큰히 한 잔 하신 상태였다.
기회는 이때다 싶었다. 나는 아빠에게 달려가 외쳤다.
“아빠! 나도 학원 보내줘!”
술기운이 제대로 오른 아빠는 예상과는 달리 아주 쿨하게 대답하셨다.
“그래, 가라!”
‘와!’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친척 동생에게 달려가 “나도 학원 갈 수 있어!”라고 자랑했고, 그 길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학 학원이라는 곳에 따라 들어갔다. 아빠의 ‘쿨내 진동’ 실수 덕분에 기회를 잡은 순간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가족들은 저녁 식사 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보고 엄마가 물었다.
“너 어디 갔다 왔어?”
나는 당당하게 아빠를 쳐다보며 외쳤다.
“아빠가 학원 가라고 했잖아!”
하지만 아빠는 국그릇을 들다가 멈칫하시더니, “내가 언제?”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그 순간, 나는 황당함과 어리둥절함에 휩싸였다. 아빠는 술김에 허락했던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계셨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학원에 다녀온 나를 어쩌겠는가. 그렇게 나는 아빠의 유쾌한 ‘술기운 찬스’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읍내 학원이라는 곳을 한 달동 다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 잊지 못할 나의 ‘첫 학원 입성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