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시절, 시험을 치르고 나면 성적이 좋은 아이들에게 상장을 주곤 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공부를 잘한 아이에게는 ‘우수상’을, 성적이 눈에 띄게 오른 아이에게는 ‘진보상’을 주었다.
그때는 4학년. 나는 난생처음 진보상을 받았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던 나는, 상이라는 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지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진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비록 우수상은 아니었지만, 내가 노력해서 성적을 올렸다는 증거였기에 그 상은 내게도 충분히 기쁜 상이었다.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던 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부모님께 거의 말하지 않는 아이였다. 엄마가 “학교에서 뭐 했어?” 하고 물어도 “몰라” 하고 대답만 하던 아이.
그래서 얘는 "몰라" 밖에 몰라했던 엄마의 말이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상을 받은 나는 자랑하고 싶었다.
시골이라 부모님은 늘 농사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들어오셨다. 나는 집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며 좋아하는 만화를 보고 있었는데, 집 쪽으로 경운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TV를 끄고 상장을 들고 마당으로 달려 나갔다.
자랑질도 잘 못하던 나는 “상 탔어요!”라는 말도 못 하고, 그저 상장을 두 손으로 들고 쭈뼛쭈뼛 다가가기만 했다. 그때 내 손에 들린 상장을 본 엄마는 피식 웃으며 “상 탔어? 잘했네” 하고 한마디 해주셨다.
그 순간, 나는 쑥스러워하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소심하고 조용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지금 한마디 해주고 싶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