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해, 아빠"

by 순진한 앨리스

어렸을 때는 생일이라고 케이크를 먹거나 파티를 하는 일이 없었다. 부모님은 바쁜 농사일로 늘 아등바등 힘들게 생활하셨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걸 챙기지 못하는 성격들이셨던 것 같다. 아예 그런 개념 자체가 없었거나, 마음은 있어도 여유가 없을수도 있겠다싶습니다.


국민학교 고학년까지는 같은 동네에 사시는 작은집 할아버지와 공교롭게도 생일이 같아서 생일날이면 늘 작은집에 가서 아침을 먹곤 했다. 특별한 생일상이 차려지는 건 아니었지만, 그날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때는 중학교 1학년. 읍내에 있는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반 친구 중 한 명이 생일이었는데, 부모님께 선물 받은 이야기를 하고, 저녁에 파티를 한다며 친구들을 초대하는 모습을 보았다. 초등학교 때도 한 두 명의 친구 들이 집으로 초대해 생일 파티를 하곤 했기에, 놀랍다기보다는 그냥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내 생일날이였다. 하굣길에 마침 읍내에서 아빠를 만났다. 아빠 차를 타고 가던 중,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생일인데… 케이크 하나 사주면 안 돼?”

아빠는 빵집에 들렀고, 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돌아온 아빠의 손에 들린 것은 케이크가 아닌 롤케이크 같은 빵이었다.

그걸 보고 나는 너무나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굳이 안 사줄 거면 몰라도, 왜 케이크 대신 빵을 사 왔을까? 이왕 사는 김에 케이크를 사면 안 되는 걸까?

약간 짠돌이였던 아빠의 성격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케이크와 롤케이크 사이의 가격 차이 때문이었겠지.


그래도… 너무해, 아빠!


이 글을 쓰다 보니, 며칠 전에 있었던 아빠의 생신 날이 문득 떠올랐다.

“싫다~” 하면서도 쑥스러운듯 웃으며 케이크의 초를 불던 아빠의 얼굴.

그 모습이 참 귀엽고 따뜻했다.

그때는 실망했지만, 지금은 웃게 된다.

그 롤케이크에도 아빠의 마음이 담겨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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