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방과 우유맛 비스킷

by 순진한 앨리스

어린 시절, 나는 한 번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 적이 있다. 네 살 터울의 언니와 크게 다투었고, 부모님마저 언니의 편을 드는 것 같아 너무 서러웠다. 어린 마음에 결심했다.

집을 나가야겠다. 큰 가방을 꺼내 울면서 옷을 담기 시작했다.

그때, 언니가 말했다.


“이거 다 내 옷이잖아.”


맞았다. 나는 옷의 대부분을 언니에게 물려받았던 것이다. 결국 내 옷만 간추리니 몇 벌 되지 않았다. 결국 작은 가방에 몇 벌 안 되는 옷을 구겨 넣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막상 나오니 갈 곳이 없었다. 어떡하지 고민하는 순간 가방 안에 우유맛 비스킷 하나를 챙긴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이 과자를 빌밀로 친구집으로 갔다.

과자를 내밀며 같이 놀았고, “나 이제 집에 안 들어갈 거야.”라고 선언까지 했다. 저녁밥까지 얻어먹던 중, 엄마가 나를 찾아와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엽고 웃긴 기억이다. 그 우유맛 비스킷이 없었더라면 과연 그때의 나는 친구 집으로 갈 생각을 했을까.

작은 가방, 몇 벌의 옷, 우유맛 비스킷. 그게 전부였던 나의 ‘가출 준비물’. 실패한 모험이었지만, 어린 시절의 가장 사랑스러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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