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짜리 한 장과 담배 한 보루

by 순진한 앨리스

어린 시절, 나는 아빠의 바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 적이 있다.
그날, 친구가 혼자 과자를 먹으며 나를 자랑하듯 바라봤던 모양이다.
나는 과자 사 먹을 돈도 없고, 괜히 우울해진 채 집으로 돌아왔다.

방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벽에 걸린 아빠의 바지가 보였다.
키가 작았던 나는 이불을 여러 겹 쌓아 그 위에 올라서서
조심스럽게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그때는 그 돈이 얼마나 큰돈인지 몰랐다.
그저 과자를 사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나는 그 만 원짜리를 들고 친구 집으로 다시 갔다.
“나 돈 있어! 나도 과자 사 먹을 거야!”
하며 돈을 양손에 쥐고 자랑을 하고 있었다.

그때 친구 할머니가 동네 마실을 다녀오시며 우리를 보셨다.
내 손에 들린 만 원을 보고 깜짝 놀라셨다.
그 시절, 어린아이가 갖기엔 너무나 큰돈이었다.
그리고 그 큰돈을 과자 사 먹으라고 선뜻 내줄 부모님도 없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물었다.
“그 돈 어디서 났니?”
나는 당황해서 거짓말을 했다.
“아빠가 담배 사 오라고 했어요.”

그 말에 나는 그대로 담배 가게에 가서
담배 한 보루를 샀다.
저녁이 되어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온 부모님은
내가 담배 한 보루를 사 온 걸 보고
어처구니없어하시며 웃으셨고,
그리고 꾸지람을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만 원짜리 한 장에 담긴 감정은
질투, 욕심, 거짓말, 그리고 사랑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때의 만 원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삶을 배우는 첫 교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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