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라는 말이 주는 위로

by 순진한 앨리스

나는 개인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제 마흔 중반,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결혼을 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스스로를 ‘어쩌다 비혼주의자’라고 우스갯소리로 부르기도 한다.

남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성격, 낮은 자존감. 그래서인지 이 나이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종종 창피하게 느껴진다. ‘내가 못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나름대로 관리하려 애쓰지만, 게으름이라는 또 다른 성격이 자꾸 발목을 잡는다. 그래도 신경을 쓴다.

“네가 이러니까 아직까지 결혼을 못 했지!”

이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병원에는 연령대가 높은 환자분들이 많이 오신다. 그분들은 간호조무사를 부를 때 ‘언니’, ‘아가씨’, ‘간호사 쌤’ 등 다양한 호칭을 쓰신다. 가끔은 ‘아줌마’라고 부르시는 분도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언니’, ‘아가씨’라는 호칭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아가씨’라는 말이 들리면 마음이 놓인다.

그 말이 내가 ‘아줌마’로 보이지 않고, 여전히 ‘아가씨’로 보인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물론 알고 있다. 그분들이 나의 외모나 나이를 보고 ‘아가씨’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는 걸. 결혼을 했든, 아이가 있든, 나이가 많든 적든, 그냥 습관처럼 모든 여성 직원에게 그렇게 부른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호칭은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말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나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힘이 된다. 그 말은 외모나 나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존중받고 싶은 마음, 여전히 나답게 살고 싶은 마음을 건드린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못났다고 느끼는 건, 사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일 뿐이다. 그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의 무심한 호칭 속에서 나는 오늘도 안도한다.

그리고 그 안도 덕분에, 여전히 나답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