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캠퍼스 Next Generation CEO Conference 후기
팩트보다는 스토리,
스토리보다는 매력이다!
안녕하세요. 지영킹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프로참석러로 콘퍼런스 참가 후기를 전해보려 합니다.
패스트캠퍼스에서 9월 17일 밀레니엄 힐튼 서울 그랜드볼룸 홀에서 개최한 <Korea Next Generation Conference>는 샌드박스의 이필성 대표, 안다르의 신애련 대표, 삼진어묵의 박용준 대표, OTD의 손창현 대표, 로우로우의 이의현 대표가 연사로 창업의 과정과 고군분투해왔던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프로참석러 지영킹의 총평
: 역시 팩트보다는 스토리, 스토리보다는 매력이 중요하다! 다섯 명의 연사의 이야기를 5시간에 걸쳐 듣고 난 뒤 느낀 점입니다. 어떤 사람의 발표가 가장 기억에 남았나?를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고요.
자신이 한 일, 회사의 아이템을 쭉 나열하거나 보여주는 팩트 위주보다는 발표 전체를 아우르는 스토리가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스토리로 잘 꿴 발표보다도 기억에 남았던 건 그냥 그 자체로 매력 있는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솔직하고 인간미 있고 재미있는 사람의 발표가 '가장 좋았다'라는 인상으로 남더라고요. 지금부터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샌드박스의 이필성 대표님은 자신의 창업기와 인사이트를 잘 버물여 전달해주었습니다.
처음 발표를 시작하며 콘텐츠 회사를 운영해보니 결국 사람들이 왜 보는지 '시청 동기'가 가장 중요하더라, 발표도 그런 관점을 염두하여 준비했다고 말했는데 정말로 그랬습니다. 특히나 많은 영상 크리에이터와 함께 하는 회사를 꾸려 나가고 있다 보니 요즘 사람들이 관심 많은 '유튜브' 채널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풍부하게 해 주신 점이 유익했습니다.
이필성 대표님은 원래 구글에서 근무를 하며 광고 영업과 제휴하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의 변화를 몸소 느끼게 되었고, 영상 콘텐츠에 미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2016년 창업을 했습니다. 이때 친구인 '도티'님이 공동 창업자로 회사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것 또한 샌드박스 네트워크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큰 힘이 되었답니다.
경쟁이 치열하고 이미 기존에 많은 투자를 받은 회사도 있고, 같은 분야에 대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샌드박스만의 장점을 지켜 나갈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샌드박스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본질'이었다고 합니다.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 가닥이 잡혔다고 하네요.
이필성 대표님은 창업의 단계마다 중요한 질문이 있는데, 초기에는 '창업자가 왜 이 회사를 시작했는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이 회사는 먼 훗날 어떤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할까?', 그리고 세 번째가 '그러한 훗날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좋은 사람들을 모으고,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게 만들까?'라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의 상상력으로 디지털 시대의 즐거움을 재창조하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다고 하네요. 사업의 영역 역시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와 콘텐츠 프로덕션, 수익화 3가지 축으로 나뉘어 이루어진답니다.
이필성 대표님의 발표는 마무리도 인사이트풀했는데요, '유튜브'라는 채널에 관한 의견이었습니다. 과거의 유튜브는 secondary screen (2순위 매체)이자 특정 '세대'만 즐겨 보았는데, 곧 primary screen (1순위 매체)이 될 것이며, 이것이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에 기반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몇몇 '세대'만을 만족시키는 게 아닌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
"사실 저는 공무원처럼 구글을 오래 다니는 게 꿈이었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왜 창업을 하게 되었냐? 구글에서 일하면서 시대의 변화가 생각보다 엄청 빠르다는 걸 몸소 느꼈기 때문이죠. 게다가 우리나라 점점 창업 생태계도 좋아지고 있고, 뭔가 도전해 보았을 때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경험치가 쌓일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이렇게 생각해보니 오히려 창업을 하지 않는 게 저에게는 '리스크'이더라고요."
이번 콘퍼런스에서 유일한 여성 창업가였던 안다르의 신애련 대표님! 안다르를 어떻게 창업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자 노력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다지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어요. 이런 발표 자리에서 지나치게 겸손하게 말을 하거나 스스로를 포장하는 경향이 있는 여성들이 많은데, 좀 더 뻔뻔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ㅎㅎ
이 날 콘퍼런스 통틀어서 가장 재밌게 들었던 발표는 삼진어묵의 박용준 대표님의 시간이었어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박용준 대표님은 캐릭터 자체가 솔직하고 수수하면서 재밌기도 한데 그 안에 내공도 많으신 분 같더라고요.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님은 원래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을 하기 위해서 회계사 자격증까지 땄는데 2011년에 회사가 크게 어려움에 처했대요. 그 당시 사무실 직원 1명에 어머님이 직접 일하시면서 경리를 보는 영세한 구조였다고. 그러다가 HACCP 인증 때문에 공장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공장을 세우는 데만 80억 대출을 끌어다 썼다고 하네요. (부모님의 배짱을 놀라워하심..)
그런데 '어묵'이라는 식품의 시장 자체가 굉장히 레드오션이라고 해요. 몇몇 개의 업체가 우리나라의 정해진 시장 안에서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박용준 대표님은 어묵끼리 싸우거나 어묵 안에서 혁신을 고민하기보다 다른 사업군을 많이 참고하고 공부하려고 노력하셨다고 합니다.
'어묵 1번가' 같이 시장에서 손님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공간 마련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해보면서 실패도 많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또 새로운 도전들을 하곤 했답니다. 그 결과 '삼진어묵 베이커리'같은 대박 기획까지 나오게 되었죠.
입소문을 타고 백화점 팝업 스토어를 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또한 준비가 미비하여 생겼던 어려움들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셨어요. 첫 째 날보다는 두 번째 날이, 두 번째 날보다는 세 번째 날이, 그렇게 마지막 날에는 일 매출 2500만 원까지 찍어보는 경험을 하면서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일이라도 일단 한 번 부딪혀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현재 박용준 대표님은 국내 사업 부문은 전문 경영인에게 넘긴 채 해외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요. 그러면서 본인을 '글로벌 어묵 마케터'로 생각하며 이 분야만큼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굉장히 멋져 보였어요. 실제로 동남아시아 지역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중이고 궁극적으로 '어묵의 세계화'를 이루는 게 꿈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이 발표를 듣기 전까지는 그저 '금수저 중 한 명이겠거니' 생각했어요. 물론 정말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랑 비교한다면 금수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삼진어묵을 만들기까지 7-8년간 엄청나게 고군분투하신 이야기를 들으니 역시 사람은 속단하면 안 되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어묵의 세계화'를 말하면서 우주인이 지구 밖에서 삼진어묵 세트를 들고 있는 합성 사진을 보여주실 땐 정말 빵 터짐 ㅎㅎ 앞으로는 삼진어묵을 보면 좀 더 반갑게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번째 발표는 OTD 코퍼레이션의 손창현 대표님이었습니다. OTD는 오프라인 공간의 가치를 올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게 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공간 플랫폼 기업'이라고 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는 좋은 목에 멋진 건물을 지어 놓은다고 해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이 아니잖아요. OTD는 '셀렉 다이닝'이라는 개념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해 공간을 채우고 창업 5년 만에 매출 1200억 원, 시리즈 B까지 투자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오버 더 디쉬, 종로의 D타워, 아크 앤 북, 성수 연방, 띵굴 시장 같은 유명한 공간들을 OTD가 만들었답니다. 손창현 대표님은 브랜딩 전문가 홍성태 교수님의 말을 인용하며 '요즘 시대는 Mass & Quantitiy 가 아니라 Unique & Quality가 중요하다'며, '사람들의 니즈보다 원츠를 찾고 이를 만족시켜줘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로우로우는 힙쟁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죠. 제 주변에도 로우로우를 사랑하는 지인들이 많은데요, 이의현 대표님은 책이나 인터넷에서 봤지만 실제로는 처음 봐서 신기했습니다.
기존의 인터뷰들에서 느껴졌던 것처럼 이의현 대표님은 '브랜드 덕후'이신 것 같아요.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자기가 먼저 찐-하게 브랜드를 사랑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며, 어렸을 적 나이키를 얼마나 좋아했는지에 대해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브랜딩은 나무로 치자면 '뿌리'같다며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느냐에 따라 얼만큼 나무가 높고, 튼튼하게 자랄지 달라진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우리 브랜드가 어느 위치/지역/매장에 어울리는지, 어떤 말투로 온/오프라인에서 커뮤니케이션할지, 고객은 어떻게 부를지 (호칭) 같은 디테일한 것들부터 차근차근 다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로우로우에서 만드는 제품들도 그래서 '가방다운 가방', '안경다운 안경'을 만드려고 노력한다네요. 차별화는 모든 사람이 이야기하는 거니, 그냥 '나답게'를 지켜가자고요. 그걸 추구하다 보면 결국 '본질'에 가까워진답니다. 예를 들어 '안경은 왜 쓰는 거지?'라는 질문을 하다 보면 5g짜리 디자인을 하게 된다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
이의현 대표님의 발표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다움'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승부를 보자!라는 메시지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분명 제품력도 있고, 특유의 감성이 있어 외국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가 많은데 자꾸만 외국의 스타일을 따라 한다고요. 로우로우 역시 글로벌 진출을 계속 도전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 또한 대한민국의 미래가 '스타트업'에 있다고 믿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아무리 스타트업에 대한 이런저런 말이 많아도, 세계 경제 흐름과 그 안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건 현실적으로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오고 성공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차세대 CEO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이번 콘퍼런스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집에 돌아가서 창업의 꿈을 키울 테고, 누구에게는 창업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멋진 창업가들이 많이 나와서 일자리 창출도 하고 (ㅋㅋ)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번 콘퍼런스는 제 돈 주고 직접 결제하고 가서 본 주관적인 후기임을 밝혀둡니다.